세느상 산책의 출발점은 생 자크 탑(Tour Saint-Jacques)이다. 마치 노틀담 사원의 한쪽 귀퉁이를 떼어다가 탑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 16세기 초엽에 고딕양식으로 지워졌던 '정육점의 성 제임스' 성당(Saint-Jacques-de-la-Boucherie) 일부라고 한다. Butchers, 정육점으로 써놓기는 했지만, 사실 육가공을 취급하는 장인 및 상인 계급들이 교회가 지어질 당시에 상당한 물주로 이런 호화스런 교회의 스폰서 역할을 할 정도의 재력과 그것을 뒷받침할 세력을 쌓았다니, 조선으로치면 백정들인데 말이다.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 이 탑만 남고 교회는 철거된다. 이 탑만이라도 남은 것이 다행이라 해야겠다.
세느 강이다. 반대편에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가 보인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파리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세느 강변을 즐기고 있다.
강을 건너서 마레지구 쪽을 바라보니 시청(Hotel de Ville)을 보다 넓게 담아 낼 수 있다.
자물쇠를 걸 수 있는 틈만 보이면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자물통이 주는 느낌은 언약보다는 속박과 굴레라는 뉘앙스가 훨씬 강한 듯한데, 왜 행복해야할 사랑에 그런 우울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싶을까라는 딴지를 걸어본다.
이건 무서운 느낌이 나는 공해 수준이다.
퐁네프 다리. 역시 레오 까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을 잠시 상기시켜줘야 하는데, 너무 오래전에 봐서 스토리가 하나도 기억안난다.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줄리엣비노슈가 춤추던 장면 정도가 어렴풋하다. 어쩌면 '나쁜 피'랑 겹쳐서 헷갈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 한번 날 잡아 20년전에 본 영화들을 모아서 다시 한번씩들 봐야겠다. 그때의 나를, 그때 감수성의 선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어떤 울컥함이었었던 거였는지. 변해버린 내가 가늠이나 할 수 있을런지.
건너편에 보이는 공사장은 1869년에 개장했던 사마르틴 백화점인데, 2005년 건물안전진단에 부적합을 받아 폐점되었다가, 오랜 법정 다툼 끝에 2010년부터 재개장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도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지, 올해 재개장 목표였었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다.
일요일 오후이면 그 다음날인 월요일에 대한 출근에 대한 부담으로 주로 집에서들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파리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정열적으로 세느강변의 살사댄스를 즐기고들 있다. 투철한 욜로(YOLO)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퐁데자르(Pont des Arts) 나폴레옹 때 만든 파리의 첫 보행전용 철교라고 한다.
이제 루브르의 강변쪽 측면들을 보면서 걷는다. 루브르의 역사를 유념하면서, 어떻게 건물들이 튀를리 궁전까지 확장해갔는지와 그 확장된 건물들의 당해 시대의 건축 양식을 매칭해가면서 살펴보면 흥미로울 듯 하나, 막상 걸어가보니 기억이 섞여서 헷갈리고 만다.
루브르의 입구인 듯하다.
어느 시대에 증축되었는지 한가지 힌트가 있다. 장식 조각상 위에 장식 머리글자들이 있는데, 이 사진에는 H가 보인다. 그렇다면 앙리4세가 아니었을까? N자 벽장식도 보았는데, 분명 나폴레옹 3세였을 것이다.
Pont du Carrousel(캬후젤 다리)의 조각상인데 누가 유머스런 이미지를 붙여놓았다.
오르셰 박물관이 보인다. 이 시점부터 배도 고프고 다리가 극도로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끝까지 가보자는 와이프한테 오르세 정면까지만 가서 퇴각하기로 사정을 한다.
불어를 전혀 모르지만 루브르의 사자문이라고 해석이된다.
루브르의 끝부분에 거의 다 온듯
오르셰 정면이다. 보통 여기 오면 빨리 줄서서 입장할 마음이 너무 바빠 이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가 없다.나름 이렇게 세느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평소에 못보던 루브르의 강변쪽 건물들과 오르셰의 위용을 천천히 즐길 수 있었다. 와이프의 코스 선택에 고마워해야 하는 순간이다.
솔페리노 다리(pont de Solférino) 였는데,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서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Passerelle Léopold-Sédar-Senghor) 다리라고 한다. 독특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설계자 Marc Mimram은 1999년에 이 다리로 건축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트륄리 정원. 어김없이 쌍쌍이 앉아 그들만의 시간을 즐긴다. 아마 파리 곳곳에 있는 많은 정원들은 이들에게 최고의 데이트 장소인 듯싶다.
콩코드 광장과 개선문이 멀리보이는 트륄리 정원 어느 산책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퇴각한다. 이제 정말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버티기 힘들다. 정원 북쪽에 작은 놀이 동산이 펼쳐져있다. 놀이동산을 즐기는 아이들 먹으라고 파는 아이스크림을 덥석 집어들고 고픈 배를 달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났더니 제법 힘이 난다. 이제 씩씩하게 걸어가자.
트륄리 정원을 벗어나니 리볼리 거리(rue de Rivoli)다. 나폴레옹의 프로젝트로서 자신이 승리한 전쟁터의 이름을 기념하여 거리 이름을 명명하였다.
고가의 명품 상점들로 유명한 거리라고 한다.
리볼리 거리를 쭉 따라서 걸어서 저녁을 먹으러 파리의 먹자 골목이라는 Rue Montorgueil 까지 왔다. 파리의 유명한 문호들 에밀졸라, 빅토르위고가 배를 채웠던 곳이라나.
파리에서 제일 오래된 빵가게(간판에 써있듯이 1730) Stohrer
그런데 웬지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들 관광객 뿐인 듯
관광객들을 상대로하는 레스토랑이란 것을 뻔히 알면서 속아주는 기분으로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관광객 기분 내기로 했다. 그래도 좌석 배치는 파리식으로 길거리를 내다보면서 좁게 꼭 붙어서 나란히 앉는다. 테이블들도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좁을 뿐만 아니라, 옆에서 담배라도 피면 상당히 괴롭다. 그런데 정말 담배들 많이 핀다.
홍합요리랑 양파수프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숙소에가서는 와인 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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