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광풍에 이 지역의 귀족들은 스러져 가버렸지만, 귀족 거주지임으로 인해 발달하게된 상업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지속되어, 상업 활동의 중심에 있었던 유태인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이곳의 유태인 공동체는 19세기를 거쳐 20세기 전반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나찌의 파리 점령기에 이 동네는 엄청난 수난을 겪었으리라. 나찌에 의해 파괴된 유태인 공동체는 1990년대부터 다시 복원되기 시작하여, 지금도 이 거리를 거닐면, 정통 유대교 복장을 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 음식인 팔라팔(Falafel) 가게들 앞에 장사진을 친 관광객들과, 한손에 팔라팔을 쥐고, 어딘가 앉아서 먹을 곳을 찾아 헤메고 돌아다니는, 역시 관광객들과 좁은 골목에서 부대끼게 된다.
아래의 교회는 생 제르베 교회(Église Saint-Gervais)라는 곳이다. 이곳은 두 명의 성자 (생 제르베와 생 포르테, 밀란의 순교자)에게 봉헌된 성당이다. 7세기부터 이 자리에 교회가 있었다고 하며, 현재의 건물은 1494년부터 건립되기 시작하여 오랜 세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1610년대가 되어서야 사진의 건물 정면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건물 내부는 전형적인 고딕양식인데,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정면 모습은 고딕양식과는 거리가 먼 프랑스식 바로크 양식이다.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교회 내부
이 교회는 오르간으로 유명하다. 프랑수와 쿠프랭(François Couperin, 1668-1733)이 직접 연주했다고 한다.
파리 4구청
마레지구의 거리
이 아름다운 정원과 중세의 성곽형태의 대저택은 Hôtel de Sens로, 대학 시절 소피마르소 이상의 환상을 자아내었던 이자벨 아자니가 연기한, 영화 '여왕마고'의 마고(Margot)가 앙리4세로부터 이혼 당한 후에 살던 곳이다. 성 바르톨로뮤 축일의 대학살 사건을 영화 속에서는 꽤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 충격적인 장면들은 영화 포스터의 피빛과 함께 오래토록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파리시민들의 잔인성과 폭력성은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코뮨으로 이어지는 이런 저런 혁명들과 최근에는 알제리인들에 대한 학살에 이르기까지 여러차례 반복되어 왔다.
규모는 작으나, 제법 정성스러운 꽃장식으로 꾸며져 있는 별모양의 정원
정면에서 본 모습. 후기 고딕과 초기 르네상스의 양식이라고 한다.
초기 파리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필립2세에 의해 12세기에 세워진 성벽의 잔해가 남아있는데, 재미있게도 주거용 아파트의 외벽으로 활용되고 있다. 파리가 이 성벽 너머로 팽창해버리면서 더이상의 성벽으로서의 효용가치가 일치감치 없어져 버린거다. 루브르 박물관의 지하에도 이 성벽의 기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래는 Saint Paul Village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이곳은 조약돌로 포장된 마당을 공유하는 상가 마을인데, 골동품점과 갤러리, 그리고 공예품 점들이 이런 저런 예쁜 전시들을 꾸며놓아 마치 그림과 같은 연출을 하고 있다. 미국 아리조나 세도나의 Tlaquepaque Arts & Crafts Village를 연상시킨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마레지구가 귀족지구 였음을 증명하는 귀족의 전형적인 대저택인 Hôtel de Sully이다. 여기에서 말년을 보낸 Sully 공작은 앙리4세의 재무상이었는데, 재무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했을 뿐 아니라 권력의 전횡 역시 극심했다고 한다. 앙리4세의 암살과 함께 권력의 끈은 떨어지고 재무상에서도 물러나게 되었다고 한다.
Hôtel de Sully를 장식하고 있는 슬픈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핑크스
이제 마레지구의 highlight인 보주광장(Place des Vosges)에 도착했다. 앙리4세가 또 등장한다. 앙리4세에 의해 조성된 이 공원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도시계획이란 이름하에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중앙에 정원이 널찍히 자리하고, 정원을 둘러싸고 귀족과 왕실을 위한 주거 건물들을 배치하였고, 건물 아래에는 회랑이 연결되어 둘러싸고 있다. 이런 계획된 형태의 귀족 주거지는 유럽의 전형이 되어서 전파되어 갔다.
공원을 둘러싼 주거 건물들
1층 회랑은 갤러리 거리로 활용되고 있다.
귀족 거주지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
점심은 역시 또 yelp의 도움을 받아 평점 좋은 식당을 하나 골라서 첫 프랑스식 식사를 해보기로 한다. 선택된 장소는 Le Temps des Cerises.
커피를 달라고 했더니, 에스프레소를 준다. long coffee를 달라고 해야 americano 스타일로 마실 수 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그저 찔끔찔끔 머금어 마실 수 밖에 없네
에스카고르 . 달팽이 요리, 솔직히 별 맛이 없다. 양념 맛으로 먹었다. 한국의 골뱅이와 광안리 해변에 봉지 가득 담아 팔던 고동이 한 열배쯤은 더 맛있다.
프랑스식 육회인 boeuf tartare. 육회를 좋아하는 편이고, 나름 소고기 풍미를 즐길만 하지만, '우와' 하는 감탄사까지 나올 정도는 아니다. 프렌치 프라이 아니랄까봐 꼭 감자 튀김을 곁들여 준다. 그런데 색깔이 이렇게 고운 노란색으로 튀겨진 건 처음본다.
우리 딸이 먹은 Vegetarian 메뉴인데 어떤 것인지 잊어버렸다. 어쨋든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쓴 요리. 우리 딸은 대학 여름학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와있다.
Carnavalet Museum. 파리의 민속 박물관 같은 곳. 과거 여러 시대의 생활상들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꼭 관람하리라 마음먹었었는데, 내부수리중으로 언제 재개관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세비뉴 거리에서 바라본 생폴생루이스 교회
거리의 아티스트. 파리 건물벽 이곳 저곳에서 저 여전사 프린트를 자주 만났다.
하염없이 긴줄을 늘어선 채 팔라팔을 기다리고 있다. 보아하니 이 집 줄이 제일 긴것으로보아 제일 유명한 집인가보다.
마레지구에는 유태인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으니 유대교의 시나고그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다. 으리으리한 성당에 비해 확실히 규모도 작고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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