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13, 2017

Paris 2017 파리여행기 - 2 - 숙소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한 것 외에는 파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들 녀석을 이번 여행에 데려오지 못했다. 어릴때 여기저기 너무 많이 데리고 다녔는지 이제 여행이라면 시큰둥을 너머 아예 불편하고 귀찮다고 싫어라고 한다. 세상에 파리 여행을 마다 하다니, 와이프의 주장대로 '결핍' 없이 키운 결과인가, 하지만 없는 '결핍'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었나 싶다. 그래도 그럭저럭 다 커서 집에 혼자둬도 큰 걱정은 없는 나이가 되긴했네.
우리 부부가 1주일동안 단촐히 지낼 숙소로 원룸 Airbnb가 적당할 듯하다.  8월의 파리는 극도로 습하고 더울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관 때문에 에어컨을 필수 검색 조건으로 넣어두었다. 그러자, 상당히 많은 후보 포스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에어컨 없는 집이 이렇게 많나? 습기와 더위를 어떻게 버티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에어컨을 처음 도착했을 때 딱 한번 켜고 일주일 여행 기간 내도록 가동할 필요가 없었다. 파리의 8월 날씨는 마치 한국의 이른 가을 날씨처럼 선선하면서도 쾌적하다. 그러면 도대체 파리의 8월의 폭염 이미지는 왜 어떻게 내 머리 속에 똬리를 틀고 있었을까? 2003년의 유럽 폭염 사태를 전하는 미디어의 흥분과 아우성들이 나의 잠재의식에 기준점으로 작동하는 기억을 심어 놓았던 거다. 그해 8월 15,000 여명의 프랑스인들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던, 대규모 지진 피해에 맞먹는 엄청난 비극이었다. 이 비극의 준거점 하나가 모든 사실 관계에 근거한 baseline을 무시해버리고 지극히 잘못된 현실인식을 뿌리내려 놓았던 것이다.
내 머리 속에 이런 잘못된 똬리들, 드라마틱한 어떤 특이점 하나로 왜곡되어버린 착각들, 편견들, 선입관들이 얼마나 많을까?
바보같은 에어콘 말고 유념했던 것은 교통 접근성이다. 파리 여행은 다리를 혹사시키는 여행이다. 이동 거리의 최적 극대화가 필수적이다. 가장 많은 노선을 가진 도심부 전철 환승역 샤틀레(Châtelet) 가 있는 레 알(Les Halles)지구가 정답이었다.  그 다음은 세탁기 여부와 피곤한 하루 여행을 마치고 다리뻗고 퍼질러 앉아 샹송을 들으며 와인 한잔할 수 있는 독립된 소파 공간 등을 따졌다. 여행 떠나기 3개월 전 하루 140불 8일밤을 묶을 airbnb 숙소를 골라 예약을 해두었다.
이렇게 교통 접근성을 따져서 구한 보람이 샤를드골 공항에 착륙해서 airbnb 숙소로 가는 길에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공항 철도 역할을 하는 RER B로 한번의 환승도 없이 바로 샤틀레 레알 역으로 40분만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3분정도 걸어가면 되는 거다.
RER에는 많은 흑인들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들은 불어가 아니었다. 뭔가 처음듣는 언어이지만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언어임에는 틀림이없다. 하지만, 파리북역 (Gare du Nord)에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더니 인종 구성이 백인 중심으로 순간 전환되어 버린다. 아프리카 국가가 아닌 국가들 중에서 프랑스는 미국 다음 두번째로 흑인 인구 비중이 높은 국가이다. 그러니, 여전히 주변에 많은 흑인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 흑인들은 북역에서 총총히 흩어져버린 그들과 사뭇 느낌이 다르다.
미국과는 분명히 차원이 다를 것 같은 프랑스식 인종과 문화 충돌 현장의 한 단면을 살짝 엿본 느낌이다. 식민지 시대에 건너와 2대 3대가 뿌리를 내린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난민들에 이르기까지의 그 많은 아랍 사람들, 그리고 흑인으로서 주류였던 뒤마 시기의 흑인들부터, 위험천만한 리비아-지중해 루트를.통해 건너오는 오늘날의 흑인들이 뒤섞여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최근의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와 맞물려 흥미진진한 정치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숙소로 가는 짧은 골목길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해버린다. 파리의 많은 골목길들은 조약돌 포장(cobblestone road)이다. 김무성식  노룩패스가 가능한 짐가방을 인터넷 최저가로 검색 구매해서는 드디어 활용할 기회가 왔는데, 싼게 비지떡이었는지 조약돌 포장길의 충격을 못버티고 바로 바퀴 한쪽을 지탱하는 바닥이 깨져버렸다. 파리여행에 문제없는 가방인지 확인하고 샀어야했다.
숙소 안 모든 것이 작다.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을 연상시킨다. 엘리베이터가 겨우 계단과 계단사이에 낑겨서 설치되어 있는데 단 2사람만 탈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엘리베이터는 처음본다. 숙소의 샤워부스, 팬케이크 형 드럼 세탁기, 미니 냉장고, 미니 오븐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여기 저기 부딪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위축된 행동들을 하면서부터 여행이란 불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래도, 너무나 고맙게도 집주인이 샴페인과 맥주 그리고 콜라 등을 준비해뒀다. 환영 샴페인의 맛은 기대 이상으로 제법 훌륭한 수준이다.

airbnb 숙소가 있는 아파트 건물




퍼질러 앉아 와인과 샹송을 즐길 수 있는 airbnb 거실


airbnb 거실 창문에서 바라다 본 앞 건물, 와이프는 저 아파트에서 라보엠의 미미가 곧 걸어내려올 것 같다고 한다.


기대이상으로 훌륭했던 환영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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