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2, 2014

테슬라 구입기 8 - 기아 Sedona 팔기

주문은 애플 홈페이지에서 iPad를 사는 것 처럼, 테슬라 홈페이지의 Design Studio란 곳에서 옵션을 선택하고 주문을 선택한 다음 신용카드를 긁으면 된다.
당연히 이때 긁는 금액은 전체 차량 금액이 아니라 2,500불의 예치금에 대해서이다.
카드 결제가 이루어지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을 2주간 준다. 2주후면 주문확정이 되고, 주문이 확정되고서 공장에서 부품 확보에 나서기 시작하면,  추후 주문을 취소하더라도 이 예치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아들 녀석이랑 iPad를 둘이서 맞잡고, 색깔과 각종 옵션 기능들에 대해서 토론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최종선택을 결론 짓고, 카드 번호를 입력한다.
차는 앞으로 2달 후에나 받을 수 있다.
이 지르는 느낌과 짜릿한 흥분이 지나고 나면, 늘 그렇듯 허탈함과 불안이 찾아오게 되어있다.
제일 큰 걱정거리는 인구 3억의 미국에서 2013년을 통틀어 겨우 7천대 밖에 안팔릴 정도로 인기가 없는 기아 Sedona (카니발 II의 휘발유 버전)를 어떻게 팔아치우나이다.  같은 미니밴 경쟁 차종인 토요다의 Sienna는 121,117 대를 2013년 동안 팔았고, 혼다의 Odyssey는 128,987 대를 팔았으니 얼마나 지독히 인기가 없는가를 상대적으로 알 수 있다.
나의 개인적인 Sedona에 대한 평가에 비추어보면 이건 좀 부당한 왕따라는 생각이다. 가격이 거의 경쟁 차종에 비해 10,000 이상 저렴하고, 경쟁 차종보다 약간 더 높은 엔진 성능과 조용함 안락함, 충분한 적재공간, 미국차에 흔한 잔고장이 없는 내구성 등, 이런 대우를 받아야할 특별한 이유를 못찾겠다.
2010년 미국에 처음와 미국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미니밴을 고르다가, 한국에서 익숙하게 몰아봤던 카니발이 반가웠고, 그 가격도 너무 착할 뿐 더러,  시운전을 통해 휘발유 엔진이 주는 부드러움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구매한 차이다. 주변 사람들이 수시로 얘기해줬던 나중에 팔 때 애먹을 거라는 경고를 그렇게 귀담아 듣지는 않았었다.
차를 사자 말자, 우리 가족은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 New Mexico의 Georgia O'keeffe를 만나러.
아직 우리 와이프는 고속도로 운전에 자신이 없어서, 2,500 마일 4,100 km 을 나혼자서 운전했었다.

기아 Sedona는 이후에도 북쪽으로 Oregon 까지 가는 등,  봄 여름 가을, 엄동 설한의 겨울에도 여러 차례의 2,000 마일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들을 사소한 말썽 하나 없이 4년 동안 훌륭히 소화해내었었다.


그렇지만 미국 사람들에게 뿌리깊이 박힌 브랜드에 대한 고정 관념은 그렇게 무서운 거다.
미국에서 차를 팔 때는 딜러를 통하는 방법이 있고,  Craigslist 또는 cars.com을 활용하여 직거래를 하는 방법이 있다. 딜러를 통하면 바로 차를 그 자리에서 뺏어가버리기 때문에 다른 거 신경 쓸거없는 무척 편한 절차이긴 하지만, 거의 2 ~ 3천불 정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일단 귀찮더라도 craigslist를 시도해본다.
일단 얼마에 팔지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얻기 위해서 Kelly blue book (www.kbb.com)에 차량 정보를 기입하고, 차 상태는 음.. 여기 저기 긁힌 자국도 많고, 범퍼 손상도 있으니 Excellent라고 할 수는 없고 Very Good이라고 하자.
그랬더니, 10,690 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10,000 에 팔면 잘 팔았다고 할 수 있을 것같다.



이제 차를 깨끗이 세차하고 최대한 예쁘게 나온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판매 문구...
"
Please, serious buyers only!

Cozy mini VAN perfect for family road trip
Spacious seats & cargo area
Able to load assembled large furniture
Electric car like smoothness
Still in very excellent condition
Posting price lower than KBB private party sale
No accident & clean title

53K
Standard option (no sunroof, no power door, no leather)
Changed all tires & break pad last year
16 (city), 23 (highway), 18 (combined)
"

그렇게 Craigslist에 누가 이 차의 새 주인이 될까 기대 가득 올려놓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연락이 없다.
8200에 팔라는 사람만 집요하게 메시지를 보내오고, 또 어떤 이는 자기에게 이 차를 기증하라고 한다. 
기증하라는 메시지를 소개해본다.

Hi my name is ...,
I know you are selling your van. I am a single 24 year old mother of 5. All under 4. Two sets of twins and a newborn. I don't have any money but I really need a vehicle. I know it's a stretch but if you willing to donate it at any point I am hear.I know you probably need the money so I will understand. It's hard for me to get around on public transportation with 4 years olds, 2 year olds, and newborn. Again I know this is along shot but just if you can. Thank you for reading

갓난아기가 포함된 4살 쌍동이 2살 쌍동이... 애가 다섯인 미혼모가 불편하기 짝이없는 이곳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니고 있구나. 이 여인 한테 이 차는 더없이 유용한 가치로 활용될 것이다라는 마음은 움직이지만, 나도 무리(stretch)를 하는 입장에서 턱없는 선심을 배풀 여유는 매정하게도 없다. 
나는 만불이 필요하다. 더 나쁜 놈 되기 전에 그냥 딜러한테 항복백기들고 찾아가서 빨리 팔아야 겠다. 결국 이곳 산호세 지역에서 제일 큰 딜러인 DGDG (www.dgdg.com) 에서 9천불에 넘겨버린다. 
딜러는 차가 빼앗긴 나를 집까지 자기들 차로 데려다준다.
이렇게 Sedona 팔기는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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