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13, 2014

테슬라 구입기 11 - 인수

테슬라 홈페이지를 통해 Model S를 주문 그리고 주문 확정을 하고 나면, 아마존에서 주문한 상품 배달 상태 확인하듯, 현재 차량 준비 상태를 "My Tesla"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첫 상태 메시지는 "We have begun sourcing parts for your order"를 띄워주는데, 이 메시지는 거의 한달 반 가까이 바뀌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도대체 무슨 부품 조달을 그렇게 오래 하냐고.
그래도 한 2주일 지난 시점에 갑자기 주문번호가 VIN (Vehicle Identification Number, 차량 고유 식별 번호)으로 바뀌어 약간의 흥분을 일으킨다.
그러고는 다시 한달째 계속 sourcing, sourcing, sourcing
그러던 어느날 "The Tesla factory is building your Model S"로 메시지가 바뀐 것을 확인한다. 드디어, 내차가 실리콘 벨리 동남쪽 프레몬(Fremont) 이란 도시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서 실체를 형성해가고 있는 거다.

그리고, 정확히 4일 후, 상태는 다시 한번 바꾸어 있다.
"Production is complete. Car is being prepared for pickup or delivery"
대학시험 합격자 발표 통보를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확인한 날은 금요일인데 내가 테슬라 공장을 방문하여 차를 인수 받는 날은 그 차주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럼 도대체 5일 동안 무슨 배달 준비를 한다는 걸까. 아마 최종 품질 테스트를 거칠 것이라 믿어본다. 그래도, 그냥 나한테 주면 안되나?
그동안 구매 절차에 대해서 안내하고 구매에 필요한 서류를 온라인으로 전달하고 역시 DocuSign을 통해 사인하게 했던 친구, 이들을 테슬라에서는 "Delivery Specialist"라고 부른다.
그 친구한테 또 이메일을 띄워본다. 생산 끝났는데, 인수 일자를 당길 수 있지 않냐고.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바로 답장이 온다. 월요일로 당길 수 있다고. 토요일에도 일하는구나.
그렇다 이제 월요일이면 나의 테슬라를 만날 수 있는거다.
그 주말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되어 이틀 주말밤을 자는 둥 마는 둥하고, 일요일은 마음을 비우는 차원에서 봄맞이 화단 일을 빡세게 한다. 역시 월요일 출근해서는 바로 팀원들한테 오늘 3시에 일이 있어서 집에 일찍 들어갈 것이고, 연락이 안될 것이라고 메시지를 쫙 돌린다.
미국 직장 생활의 좋은 점들 중의 하나는 이렇게 언제든 일이 있으면 일을 팽겨치고 집에 가버릴 수 있다는 거다. 미국에서는 직장보다 개인적인 문제의 우선순위가 높다.
이미 테슬라를 구매한 사람들의 충고가 잔뜩 적혀있는 인수시 점검사항 항목을 인쇄해둔다. 아무래도 미국 제조업은 독일이나 일본의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품질 관리들을 한다고는 하지만 조립상태나 부품의 불량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인수시 점검이 필수이다.
물론 인수 후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서비스 센터를 통해 무상으로 해결할 수는 있다.

일이 될리가 없다. 대충 평소하던 루틴한 일들만 처리하고 3시가 될 때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슬그머니 일어나서 집으로 간다. 새 차를 가지러 가면, 나는 새 차를 운전해서 가지고 오고, 와이프는 공장까지 가지고 간 차를 운전해서 따로 와야 하기 때문에, 와이프를 집에 데리러 가는 거다.

테슬라 프레몬 공장은 누미(NUMMI) 공장이라고 토요다와 제너럴 모터스의 실패한 합작 공장을 테슬라가 단돈 420억원에 사들여서는 차량 조립용 로봇들을 신규 설치하여 전기차 생산 전용으로 개조한 공장이다.
이 공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내셔널지오그래픽스 사에서 제작하였고, 유뷰브에서 볼 수 있다.


드디어 공장에 도착했다.

인수 절차는 간단하다. 몇가지 추가 서류에 사인을 하고, iPad를 통해서 인수를 확인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키를 받았다. 그리고, 공장 견학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익히 위의 동영상 등, 테슬라의 생산공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므로 생략.
생산은 알루미늄 강판에서부터 시작한다. 테슬라 모델 S의 차체는 전부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다. 이 강판들을 찍어눌러 차체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생산이 시작된다.



드디어 내차를 만나고, 흥분 상태에서도 최대한 흥분을 억제하고 체크리스트 하나 하나를 확인해 나간다. 최소한 체크리스트 상의 하자는 하나도 없다. 운이 좋은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체크리스트 상에서는 이전 구매자들이 놓쳐서 미쳐 기록이 되지 않았던 하자를 운전해서 오는 길에 발견한다.
어쨋든 체크가 끝나고 인계자와 기분좋게 악수를 하고 헤어지고 나서, 기념으로 한컷

조심 조심 소심하게 운전해서 집에 도착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우리 딸이 프렁크 (프런트 트렁크 - 엔진이 없어 엔진 룸의 공간을 또 하나의 트렁크로 활용하고 있다)에 앉아서 또 한 컷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세금 환급금으로 시작된 백일몽이 실체화된 대형 사고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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