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13, 2014

테슬라 구입기 10 - 융자

당장 35,000 불 정도가 모자라니 다음으로 넘어야 할 허들은 융자받기이다.

테슬라를 이미 구매한 이들의 게시판에서는 2개의 신용조합을 추천한다. 미국방성 신용조합 (www.penfed.org) 그리고, Alliant 신용조합 (www.alliantcreditunion.org)
원래는 Alliant를 통해서 1.49% 짜리 6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영부영 하다보니 이 사람들이 은근슬쩍 1.49%를 1.74%로 올려버렸다. 매달 508.5 정도 부담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512.3으로 올라간거다. 4불이 채 안되는 차이인데도, 사람 심리라는 것이 묘하게 간사해서 큰 손해인 것 처럼 느껴졌다.
미 국방성은 3년짜리 조건으로 0.98%이다. 그럼 매달 987 불을 내어야 한다.
조금 부담은 되지만, 3년내에 다 갚아버리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6년 동안 빚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부담스럽다.
그래 초저리인 미국방성을 이용해보자.

신용협동조합이니 회원이 되어야 융자를 활용할 수 있다. 회원 자격은 당연 미군이거나 방위산업체에 근무를 해야 하는데, 회원 가입 온라인 절차 중에서 "Help me join another way"라는 옵션이 있다. 이걸 클릭하자말자 pop-up이 이렇게 뜬다.


이런 깨알같은 글씨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둘 중에 군인 가족 협회나 미군 프로모션 단체에 20불 또는 15불 기부하라는 거다. 그러면 회원이 된다고.
미군의 역사를 어느 정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선뜻 기부가 꺼려진다.
미국땅에서 인디언들에 행한 인종청소 수준의 학살. 한국, 베트남, 니카라과, 칠레, 이라크에서 반공이란 이름하에, 대테러 전쟁의 이름하에 저질러진 그 수많은 비인도적인 범죄들. 그나마 덜 포악하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조차 묵인되어온 드론 공격의 부수적 피해로 속절없이 희생된 수백명의 파키스탄 민간인들.
그걸 응원하고 그 응원의 증거로 15불을 내라고 한다.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야말로 소심하디 소심한 소리없는 저항으로 5불이 더 비싸지만, 전국 군인 가족 협회 20불 옵션을 선택한다.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을 군인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렇게 미국 국방성의 어설픈 일원이 되어, 모든 것이 온라인화되어 있는 자동차 신규 구매 융자 신청을 마무리한다. 최근 2 차례의 급여 명세와 신분증 등을 오프라인인 팩스 서류로 요구한다. 미국 공무원들이라 느려터지지 않았을까 라는 우려와는 정반대로 신청 접수 겨우 이틀만에 바로 수표를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대출을 받으면 한국 처럼 통장에 돈을 꽂아 주는 게 아니라 수표를 보내버리는구나. 거액이 든 수표가 일반 우편으로 날아온다니 긴장이 되는군.

수표와 함께 사인을 요구하는 여러 종류의 서류가 같이 왔다. 서류들 중에 자동차 보험 관련 서류가 있는데, 융자 회사는 해당 자동차의 보험 조건에 대한 제약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을 처음 알고 당황했다.
미국의 어느 보험에나 Deductible 이란 조건이 있다. 이는 어떤 사고나 질병 등으로 보험 보상 상황이 발생했을때, 가입자가 책임져야할 부분이다. 보험회사는 보상 금액이 Deductible을 초과해야만, 해당 금액을 "공제"하고 보상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 보험 상품을 500 deductible로 가입했다면,  피해액이 800 불 발생한 경우 500불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책임을 져야하고, 보험회사는 300불만 지급한다. 그러므로 Deductible이 크면 클 수록 보험료는 저렴해지고, 가입자의 위험부담은 커진다.
테슬라에 대해서 내가 보험을 통해 받아두었던 견적은 Deductible이 1,000인 상품에 대해서였는데, 미국방부 신용조합의 융자 조건은 이를 500으로 제한해두었던 것이었다.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Deductible을 500으로 내리면 보험료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알아보니 연 400불이나 인상된다. 이크 이렇게 비싼 보험료를 낼 아무런 이유가 없잖아. 수표까지 받았는데 미리 알아보지 않고 덜컥 융자 신청해서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당황해서 급히 미국방성 신용조합에 전화를 해보니 그냥 수표만 다시 우편으로 반환하면 융자가 취소된다고 한다. 이런 거금을 융자받고 취소하는 절차들이 불필요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말 간편하게 되어있다.

이제 다른 융자처를 급하게 알아봐야 한다. 또 다른 추천 대상이었던 Alliant 신용조합에 전화를 해보니, 그곳의 규정은 다행히 Deductible이 1,000이다. 다시 원래 계획대로 6년에 1.74%로. 월 4불에 빈정이 상해 연 400불 덤탱이 쓸 뻔했다. Alliant 신용조합에도 회원 자격 역시 foster child (위탁 양육 자녀) 구호 단체에 10불 정도의 기부를 하는 절차를 필요로 한다. 테슬라 사려다가 뜻하지 않은 기부를 여기저기 하게 되는군. 요구 서류를 팩스로 받지도 않고, 스캔해서 PDF 파일을 첨부하는 것으로 제출 절차 완료이다.
하지만, 이곳은 신용점수를 까다롭게 따진다고 한다. 750이 넘어야 1.74%를 받을 수 있고, 월 가처분 소득에서 월 융자 부담이 50%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각종 융자제도가 발달해있는 배경에는 오랜 시간 정착되어온 신용점수 제도가 있다. 신용점수에 대한 권위와 효용성을 기반으로 융자제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 보이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런 융자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인간의 돈 버는 짜릿함에 대한 집요한 욕망은 그 어떤 제도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것이다.
미국인 40%의 신용점수가 750이상이니 그리 높은 기준이랄 수는 없는데, 나는 미국에 온지 4년 밖에 되지 않아 신용점수란 것을 0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쌓아왔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점수만은 아닌데, 다행히 신속한 융자 결정이 난 것으로 보아, 나의 신용점수는 750이상은 되는 듯하다. 단 하루만에 나에 대한 융자가 결정되었고, Alliant 는 DocuSign (www.docusign.net) 인터넷 문서 결제 시스템을 통해 나로 하여금 서류들을 사인하게하고, 수표는 테슬라로 직접 보내버린다.
이렇게 융자 문제가 두 신용협동조합을 경험하면서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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