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16, 2014

테슬라 구입기 15 - 마무리

* 하자

미국 제조업에서 하자없는 차를 받기를 기대하기는 힘든가보다. 내가 받은 차도 어김없이 작은 하자가 있었다. 처음 차를 인수하면서 찬찬히 살펴볼 때에는 찾지 못했는데,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바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왼쪽 발을 두는 footrest 공간 왼쪽 벽을 덮는 플라스틱 커버가 벽과 떨어져 돌출되어있고, 그 플라스틱 커버의 돌출된 가장자리가 꽤 날카로워 Tava라는 샌들을 신은 나의 발등을 아프게 자극한다.
테슬라 사용자 그룹을 검색하니 나만 그런 고통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게시판에 나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서 열심히 설명을 한 사진을 올렸다.


부품 불량이다. 서비스 센터에 연락하고 약속을 잡아 LF Sill이란 부품을 교체하였다. 서비스 노트는 다음과 같다.


문제 부품 교체 외에도, 타이어 체크 등을 비롯한 기본 점검과 세차까지 마무리하였다.
어쨋든 첫 서비스센터의 경험은 만족이다.

* 테슬라 캠핑

테슬라 모델S의 뒷트렁크에서부터 접힌 뒷 좌석 의자로 약 2m 길이, 1 ~ 1.5m 폭 공간이 생긴다. 여기에 매트리스와 침낭을 깔고, 이불을 덮어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딱딱하고 추운 텐트 속 침낭에서 잠을 자면 아무래도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데, 테슬라 캠핑은 밤새도록 히터를 가동시킬 수 있으므로 따듯하고 푹신하게 잘 수가 있다.
아래는 Hearst 캐슬로 유명한 산시미온의 바닷가 캠핑장에서 한잠 푹자고 일어나서의 이부자리 세팅 모습.

사실 미국 전역의 캠핑장에는 캠핑카들을 위한 240V 50A 전원 시설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잠을 자면서 히터를 틀고 충전까지 할 수도 있다. 그런 캠핑 시설만을 이용하여 Supercharger가 없는 구석구석을 여행한 오너들도 꽤 있다. 이들 중의 한 친구의 여행기가 테슬라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데 테슬라 캠핑의 재미를 간접 경험 할만하다. 아래는 이 친구가 일주한 루트이다.

* 한국에서의 테슬라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시장 확장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중국과 유럽에 집중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한국 진출에 대한 계획은 없어 보인다. 일본 홍콩에도 팔기 위해서 오른쪽 운전 차량을 곧 출시하는데, 한국 시장은 별 관심이 없나보다.
언론 상으로 드러난 한국에의 정식 수입은 3건이라고 한다. 2건은 현대 기아에서 연구 분석용으로 해부될 운명으로 수입되었고, 1건은 신세계 사장하고 있는 자동차 수집광 정용진이란 친구가 수집용으로 수입해갔다고 한다.
그래도 구글과 네이버에서 "테슬라"라고 검색어를 치면 제법 최근 기사까지 상세하게 국내에 소개가 되고는 있지만, 미국에서의 열광에 가까운 뜨거운 온도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실제로 한국의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테슬라 샀다고 자랑을 해도,  알고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

현재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있으나 마나한 1500만원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과 일반 가정에 공급되는 약한 전력, 비싼 전기료,  아파트 단지 내에 충전이 가능한 주차 시설이 전무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한국에서 개인이 전기차를 소유하기는 요원해보인다. 하지만, 나름 렌트 사업은 제법 활발하다고 전해 듣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어느 정도 옮겨가려면 자가용으로 팔 수가 있어야 할 것이나, 한국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는 현대 기아가 테슬라와 같은 열정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크다. 충분히 해부를 해봤을 테슬라를 통해 어떤 의사 결정들을 내리고 있을 지 사뭇 궁금하다.

전세계 핸드폰 시장이 모토롤라, 노키아, 삼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애플의 혁신 제품 아이폰이 역사적이라할 만한 지각 변동을 초래하여 모토롤라와 노키아를 퇴출시켰다. 하지만, 삼성은 혁신적인 따라하기 신공으로 갤럭시를 성공시켜 아이폰도 제쳐버리고 명실상부 1인자가 되어버렸다. 3년 정도에 일어난 일이다. 테슬라의 혁신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 지는 지금 아무도 모르지만, 여기 열광하는 사람들은 에너지 혁명까지 넘보고 있으니 그 지각 변동의 파괴력은 아이폰 경우와는 분명 차원이 다를 것이고, 삼성과 같은 카피캣 한 기업의 순발력 빠른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일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이폰과는 달리 10년을 두고 진행될 것이다.

개구리는 차가운 물에서 뜨거운 물로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쉽게 위험을 감지하고 전력을 다해 탈출을 할 수 있지만, 천천히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위험을 감지하여 노력을 경주해야할 포인트를 놓쳐버려 삶겨지고 만다고 한다. 한국이 지금은 단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테슬라라는 차의 목표 시장에서 기분 나쁘게도 제외되었을 뿐일지 모르지만, 에너지와 관련한 지각 변동의 거대한 틀의 전환이 시작될 때에,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정책도 없이 심각하게 소외되어버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해본다.
또 베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베끼는 것은 사실 중국이 더 잘한다.
http://news.xinhuanet.com/english/china/2014-04/15/c_133264336.htm
베이징 오토모티브 그룹 회장이라는 이 사람, 테슬라의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해 아주 자신 만만하다.

이들은 이런 차를 만들고 있다.

테슬라에서 현대 기아가 볼 수 있는 것은 밧데리와 전기모터가 전부일 것이다. 그 부분은 모터 기술력 확보 여부에 달려있겠지만 종내에는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혁신은 밧데리와 모터가 전부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생산 공정, 서비스 체계, Supercharger, 기가팩토리 등 미래를 꿈꾸게 하는 이런 열정적인 아이디어들에 필적할만한 혁신이 필요한 거다.
명령과 복종,  보여주기에 집착하는 한국 기업 문화에서 미래와 혁신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찾아 낼 것인가.

테슬라 구입기 14 - 혁신


테슬라를 사기로 마음 먹으면서부터 테슬라 사용자 포럼에 자주 방문한다. 이곳 게시판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열광 그 자체이다.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의 각종 현란한 수사들이 동원된 극찬 일색의 게시물들과 누군가의 정당해보이는 비판에 대한 가차없는 일치단결된 반발과 공격들을 보고 있노라면, 꼭 한국의 정치 게시판 보는 것 같다.
여기서는 빠돌이/빠순이를 fanboy/fangirl이라고 하는 데, 정말 어감이 비슷하다. 이곳 게시판 사람들 중 열성 분자들은 스스로를 거리낌없이 fanboy/fangirl이라 지칭하며, Elon Musk를 영웅시하고 숭배까지 한다. 이들은 테슬라에서 월급을 받지 않는 자동차 영업사원들이다.
이들은 이렇게 자기들끼리 주고 받은 정보를 책으로까지 집필하여 자기들끼리 팔아먹기도 한다.

위에 간단히 정리해본 테슬라의 혁신의 역사를 보면, 이 열광의 광기의 배후가 이해됨직 하다. 혁신의 혁신의 혁신. 이 중단없는 혁신이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전율케하는 거다.
  • 생산 과정의 혁신
    공장을 최대한 밝게하고, 작업 환경의 고급화를 통해 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이 생산하고 있는 것이 최상의 프리미엄 제품임을 각인하도록 하였다. 가능한 모든 생산 공정에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적용하여, 미국에서 인건비가 가장 비싼 실리콘밸리에서의 제조업을 가능하게 하였다.
  • 차량 자체의 혁신
    - 전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경량화하고, 무거운 밧데리를 차체 바닥에 설치하고, 구동부는 단지 수박만한 전기모터가 전부인 최대한 단순화한 구조를 실현하였다.
    - 17인치 디스플레이를 전면 배치하여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차량에 직접 접목하였다.
    - Firmware 자동 업그레이드를 통한 지속적인 차량의 기능 및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 차량을 흉내낸 Creep 기능, 즉 운전자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기어 상태에 따라 조금씩 전진 또는 후진하는 기능이 별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추가된 것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언덕 지원 기능이라고, 언덕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엑셀레이터로 발을 옮기는 순간 차가 뒤로 또는 앞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역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추가했다.
    Elon Musk가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Town hall 미팅을 통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난다. 거기서 경청한 내용들을 토대로 다음 소프트웨어 버전을 기획하고, 가장 많이 요구되는 기능을 반영하도록 한다.
    - 무게 중심이 낮아 전복 위험이 없고, 엔진룸을 포함 연료실 및 각종 구동부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들이 비어있어, 각 방향 충돌 시, crumple zone을 형성하면서 NHTSA 테스트 사상 가장 안전한 차가 되었다.
    - 효율성과 단순성을 극대화한 미니멀리즘에 충실한 실내 디자인을 구현하였다. 
  • 판매와 서비스의 혁신
    - 고급 쇼핑몰에 위치하여, 애플 스토어와 같이  테슬라 매장에서 차를 체험하고 디자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들을 마련하고 별도의 TV를 이용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 딜러쉽을 거치지 않고, 테슬라가 직접 소비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도록 한다.
    - 서비스 센터들을 직영하며 고객 만족과 고객 감동을 최우선시하여, 기존 딜러쉽의 무리한 서비스 강매와의 현격한 차별화를 견지하고 있다.
    2013년 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가 도로상의 쇳덩어리에 밧데리가 있는 바닥이 손상되어 화재가 발생, 큰 이슈가 된적이 있다. 테슬라는 결국 그 해결책을 찾아내었는데, 밧데리 보호 방어 바닥을 티타늄으로 덧대고, 알루미늄 반원 봉을 설치하여 바닥에 끌려들어온 덩어리를 부숴버리거나 밖으로 밀어내는 바닥 구조 변경안이 그것이다.
    이 바닥 보호 개선을 모든 테슬라 구매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여, 화재로 야기된 안전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 버린 이 한 예로, 테슬라가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 제 2의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 Supercharger
    2015년까지 미국 전역을 0$ 로 여행할 수 있는 쾌속 충전망을 완성할 계획이다. 30 ~ 4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통해 300 ~ 400km를 갈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Supercharger 네트워크의 완성으로 어떤 사람들은 비행기로인해 과거가 되어버린 옛날 미국의 로드트립 붐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넘겨집기도 한다.
  • 기가팩토리
    너무나 야심찬 계획이라 사람들이 사실 이 계획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Elon Musk가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상당히 회의적이었었다.
    어쨋든 구상의 핵심은, 전 세계 리튬이온 밧데리 생산량에 비견되는 밧데리를 생산하겠다는거고, 5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매년 미국 고속도로에 쏟아져 나오게 하겠다는 거다.
    이 공장의 완공이 의미하는 바는 어쩌면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인류의 석유 의존 역사에 어쩌면 종지부를 찍는 첫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50Gwh 밧데리들이 생산이 되기 시작하고, 자동차에서 사용되고나서 70% 성능 저하로 자동차 밧데리로서의 수명이 다하면, 밧데리들이 가정용 또는 태양열 및 풍력 발전소로 재활용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매년 그 규모는 쌓여갈 것이다. 그 축적 규모가 어느정도에 도달하면 전기 에너지 활용 효율화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효율의 극대화가 가능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에너지를 충분히 저장할 수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차 85kwh 밧데리를 예로 들면, 우리집 한달 400kwh 정도 쓰니까, 태양열을 이용하여 무상으로 충전할 수 있는 곳 (지금 현재 몇몇 Supercharger는 실제로 태양열을 활용한다)에서 밧데리를 충전하여 우리집 전원 공급을 할 수가 있다. 한달에 5번만 그렇게 에너지를 저장해서 실어나르면 된다.
    자동차 에너지로 사용되고 있는 동안에도, 점차 미국에서 태양열 발전에 소요되는 초기 투자비가 급격히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태양열을 이용한 충전을 지속적으로 지향하게 될 것이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어지는 에너지는 양은 상당한 감소를 기대할 수 있을 뿐아니라, 그 감소가 점차 가속화될 것이라는 거다.
    미래를 바꾸는 데에 충분한 양의 촉매가 바로 기가팩토리와 50만대의 전기자동차이다.
    이것이 예견된 대로 이루어진다면, 인류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바로 한 명에 불과한 기업가와 이윤 추구를 최대의 목표로 가져가는 자본의 힘이 이루어내는 진보이다. 앞으로 내가 20 ~ 30년 살 수 있다면 그 미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낙관해본다.


이 모든 혁신 하나 하나가 사람들을 짜릿하게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Monday, April 14, 2014

테슬라 구입기 13 - 충전

이제 고속도로에서 화장실 가야할 상황이 아니면 이제 주유소에 갈 일이 없다.
하지만 전기 충전을 해야한다.
나에게는 집, 회사 그리고 근교의 Supercharger, 세 가지 선택이 있다.

집에서는 충전 스케줄 기능을 이용하여 심야전기 시간대를 활용하여 충전을 할 수 있다. 아래는 차를 인수하기 전 차고에 미리 설치해둔 NEMA 14-50 아웃렛에 전원 연결을 한 충전선을 통해 차고에서 충전하고 있는 사진이다.

여기 북부 캘리포니아의 전기 회사(PG&E)는, 한국에서 처럼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상승하는 누진 요금제, 전기 사용량에 무관하게 대낮 오후에는 비싼 요금을 심야 시간대에는 저렴한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대에 따른 차등 요금제, 이렇게 2가지 요금제를 축으로 다양한 변종과 조합으로, 가입자의 전기 사용 요구 조건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집은 누진제와 시간 차등제를 섞어서 쓰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최근 우리집 전기 사용량을 일별로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29일과 30일에 충전을 했더니 전기 사용량이 엄청 올라가 있다.


집에서 주로 충전하는 전기차 가입자는 당연히 사용량에 관계없는 요금제, 즉 대낮에는 1kwh당 약 400원, 아침 시간대와 늦은 저녁에는 200원, 심야에는 100원 정도를 주로 선택할 것이다.
우리 집은 평소 한달 400kwh 정도 사용한다. 50마일 출퇴근 길에 필요한 전기를 모두 집에서 충당해야 한다면 하루 15kwh, 한달 450 kwh가 필요할 것이다. 전기차 충전은 심야 전기를 활용하고, 현재 전기 사용 패턴에 따라서 시간제 요금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한달 약 100불 정도, 현재 50불 정도 내고 있으니 50불 정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만약에 한국의 요금제에서 이런 정도의 전기 사용을 한다면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아래 표를 가지고 계산을 해보니 35만원 정도가 된다. 한국에서 전기차 도입을 하려면 비싼 전기 요금이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나는 이 추가 50불 마저도 부담하지 않을 작정이다. 왜냐면 회사에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회사에서 얼마든지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개의 충전 부스에 6개의 충전 단자로 동시에 6대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직원들에게 충전 비용은 공짜다.

회사 주차장에서 나홀로 충전 중인 테슬라

충전 상태는 iPad / iPhone의 테슬라 앱을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 현재 연결된 전원 상태, 충전 속도, 목표하는 충전량까지 남은 충전 시간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충전 부스 회사 (www.chargepoint.com)를 통해 그 동안 충전한 내역들을 확인할 수 있다. 공짜라고 회사 전기 펑펑 써왔었군. 그래봐야 회사에서도 하루 1불 ~ 5불 정도 부담에 불과하다.


회사 오래다녀야겠다. 짤리면 여러가지로 곤란하다. 앞으로 집에서의 충전은 비상 상황에서만.

마지막 세번째 옵션은 Supercharger.
회사나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은 시간당 7kwh ~ 9kwh 정도로 1kwh당 5km를 갈 수 있으니 한시간 충전해야 35km 에서 45km 정도 갈 수 있다. 회사에 주차해놓고 일과 시간을 보내든, 집에서 잠을 자면서 충전을 하든 하면 10시간이고 충분한 시간 동안 충전이 가능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이런 충전방식을 통해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30분 50km 정도 갔다가가 또 1시간 충전하고 또한 50km가고 또 1시간 충전하고, 말이 안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차라고 할 수가 없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대용량 직류 충전소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대용량 직류 충전은 시간당 약 300 ~ 400kwh의 엄청난 전력량을 직류로 밧데리에 쏟아 붓는거다. 테슬라는 이를 Supercharger라 명명하고, 완전 방전에서 약 40분 동안에 80%까지 쾌속 충전을 가능하게 했다.
85kwh 밧데리가 완전 충전 상태에서 시속 100km, 또는 시속 60마일의 속도로 약 270마일, 430km를 달릴 수 있으니, 한 2 ~ 3시간 정도 운전하고서는 Supercharger에 들러 쾌속 충전기에 꽂아 두고 화장실도 가고 요기도 하고, 또는 쇼핑도 하면서 시간을 30 ~ 40분 보내고, 다시 여정에 나서는 식으로 하면 장거리 여행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아래는 우리집에서 4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Gilroy Supercharger인데 Premium Outlet 쇼핑 센터에 위치해서 충전하는 동안은 주로 쇼핑을 하게된다. 음, 그래서 나는 여기 별로 마음에 안든다. 충전 비용은 공짜다. 우리집에서 더 가까운 Supercharger는 20마일 정도 떨어진 테슬라 프레몬 공장이다.


이런 충전소가 현재 미국 전역에 84개가 설치되어있고, 계속 확장 중에 있다.

헌재 서쪽의 북쪽 끝 캐나다 밴쿠버에서 남쪽 끝인 샌디에고, 그리고 동서 횡단을 해서는 동쪽의 북쪽 끝인 코네티컷 또는 뉴욕주의 알바니에서 남쪽 끝 마이애미까지 기름 한방울 들이지 않고, 더구나 모든 Supercharger가 공짜이므로 단 1센트의 전기료도 들이지 않고, 미국 종단 횡단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제법 많은 테슬라 오너들이 초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Supercharger에만 의존해서 감행해왔고 또 하고 있다.
https://twitter.com/TeslaMS60
https://www.facebook.com/redsurge.tesla

테슬라 구입기 12 - walkthrough

내가 받은 차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해야 할 듯 싶다.
내외부 차량 구조,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양 등에서 기존 내연기관 차들과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
우선 내부 운전석에서부터.


일단, 제일 큰 특징으로 17인치 LCD 판넬이 중앙부에 운전자를 약간 향하듯 하며 설치되어 있다. 그러고는 아무런 조작 버튼이나 다이얼이 없다.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군더더기라고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생략한 최대한의 단순화에 대한 추구를 읽을 수 있다. 단순한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아름답다는 미니멀리즘 철학에대해 격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스크린을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간단히 보도록 하겠다. 당연히 네비게이션 기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래 화면은 구글 지도를 이용한 네비게이션 앱을 선택한 경우 현재 위치와 주변 도로 정체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핸들 오른쪽에 약간 가려서 보이는 스틱이 기어를 D,R,N,P로 바꿔주는 변환 스틱이다. 이런 기어 스틱들이 미국차들에 제법 보편적인 것 같지만, 평생 내가 운전해온 차들에게 있어 이 위치의 이 조종대는 와이퍼다.  비가 올때 와이퍼를 조작하려다가 몇번 N으로 기어변환을 해버려 당황했던 적이 있다. 이건 상황에 따라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을 듯 싶다.
핸들 안쪽으로 보이는 대쉬보드 역시 또 하나의 LCD 모니터이다. 중앙에 속도와 순간 전력 사용량, 남아있는 밧데리 량을 보여주고, 양 옆으로 사용자가 선택한 앱 메뉴를 보여준다.

앱을 "Web"으로 선택해서 좀 더 스크린을 좀 더 확대해보겠다.

네이버를 접속해보았더니, 한글이 모두 깨어져서 나온다. 한글 폰트가 없는 것인지, LANG 설정이 안맞는 것인지 달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맨 윗줄에 있는 정보들은 왼쪽부터 현재 외부 온도, 충전 상태, 집에 도착했을 때 차고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홈링크, 운전자 프로파일, 소프트웨어 버전과 릴리즈 노트를 알 수 있는 T 로고, 블루투스 연결, 3G 인터넷 연결, 그리고 현재 시각.
블루투스는 휴대폰 연결 용인데, 놀랍게도 나의 구식 2G 폰을 연결할 수 있다.

화면은 또 분할하여 2개의 앱을 아래, 위 각각 보여줄 수 있다. 아래는 후방카메라를 선택한 경우 윗 화면에 후방 전경을 그리고 아래에는 웹을 보여주고 있다. 후방카메라는 유일하게 움직이는 화면을 볼 수 있는 앱이다. 운전자를 산만하게 만들 수 있는 동영상 기능들은 모두 차단되어 있다. 이는 법을 통해서 규제되는 것 같다.



다음으로 맨 아랫 줄에는 차문의 개폐, 트렁크와 프렁크(Front Trunk, 엔진이 없으니 해당 공간이 트렁크로 활용이 된다)의 개폐, 선루프의 개폐와 더불어 자동차의 여러 설정을 조작할 수 있는 화면을 띄워주는 컨트롤 버튼이 있고, 좌석을 덥혀주거나 실내 온도 조절, 내기 순환 등을 조절하는 각종 버튼들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 구석에서 볼륨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래는 컨트롤 화면을 통해 선루프 개폐를 조작하는 모습

저 17인치 스크린 밑에는 뭐가 있나? 황당하게도 아무것도 없다. 선글라스나 휴대폰을 둘 수 있는 작은 선반하나가 전부다. 다른 차들은 저 위치에 기어박스가 있고, 또 중앙 콘솔 박스가 설치되어 이런 저런 수납이 가능한데, 텅 비어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중앙 통로를 통해 머플러와 구동축이 지나가므로, 가운데가 돌출되어야 하지만, 이 차는 그런 것들이 필요없으니, 그 공간을 사용자에게 그대로 그냥 맡겨버렸다. 그래도 콘솔 박스까지 없애버린 것은 너무 심한 단순화로 보일 수 있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차의 콘솔 박스가 늘 각종 쓰레기로 가득차 있어 왔기 때문에 사실 이런 구성이 맘에 든다.
나는 주로 여기에 배낭 가방이나 카메라 가방을 둔다. 바로 옆에 가방을 두고 있으니, 카메라를 꺼내거나, iPad를 꺼내거나, 또는 예약하여 출력해둔 티켓을 꺼낼 때 아주 편리하다.


뒷자리도 마찬가지이다. 서열이 철저한 한국 사회에서 5명이 한차에 타게되면, 늘 서열이 낮은 사람이 뒷줄 가운데 앉아야했다. 중앙에 돌출한 턱 때문에 다리를 오무린 불편한 자세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에서는 가운데 자리에도 공평하게 다리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단순화된 내부구조에 대해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있다. 한국 차나 일본 차에 항상 달려있는 좌석 머리 위에 있는 손잡이가 없어서 노약자들이 분명 불편해할 것 같다. 그리고 또 코트 걸이가 없으니 양복 입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듯하다.

이제 차 밖으로 나와서 외부를 살펴보자.
외형상의 특이한 점은 역시 도어핸들이다. 평소의 잠금 상태에서는 사이드 미러가 접혀있고, 도어 핸들이 이렇게 쏙 들어가있다.

공기 저항 계수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주차하고 기어를 P로 선택한 다음, 그냥 차에서 내려 운전자가 사라지면, 차는 더이상 키가 근처에 없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차를 잠금 상태로 전환한다. 자동으로 스스륵 도어 핸들이 만입되어 버린다.
그리고, 운전자가 키를 가지고 가까이 접근하면, 다시 자동으로 손잡기가 돌출하여 차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차문을 여는 순간 차가 켜진다.

차키는 차 모양을 본떠서 아래와 같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저 뒤에 있는 주머니에 넣어서 각종 열쇠와 함께 가지고 다닌다. 후드 모양 부분을 두번 클릭하면 프렁크가 열리고, 트렁크 부위를 두번 클릭하면 트렁크가 열린다.

소위 프렁크는 이렇게 생겼다. 주로 장을 보거나 화분을 살때 여기에 두면 확실히 짐들이 덜 넘어진다.

그리고, 뒷자리는 앞으로 접혀서 적재 공간을 최대화 할 수 있다. 자전거를 가뿐하게 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180cm 정도의 어른 두 사람이 차 길이로 누워 잠을 잘 수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Sunday, April 13, 2014

테슬라 구입기 11 - 인수

테슬라 홈페이지를 통해 Model S를 주문 그리고 주문 확정을 하고 나면, 아마존에서 주문한 상품 배달 상태 확인하듯, 현재 차량 준비 상태를 "My Tesla"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첫 상태 메시지는 "We have begun sourcing parts for your order"를 띄워주는데, 이 메시지는 거의 한달 반 가까이 바뀌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도대체 무슨 부품 조달을 그렇게 오래 하냐고.
그래도 한 2주일 지난 시점에 갑자기 주문번호가 VIN (Vehicle Identification Number, 차량 고유 식별 번호)으로 바뀌어 약간의 흥분을 일으킨다.
그러고는 다시 한달째 계속 sourcing, sourcing, sourcing
그러던 어느날 "The Tesla factory is building your Model S"로 메시지가 바뀐 것을 확인한다. 드디어, 내차가 실리콘 벨리 동남쪽 프레몬(Fremont) 이란 도시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서 실체를 형성해가고 있는 거다.

그리고, 정확히 4일 후, 상태는 다시 한번 바꾸어 있다.
"Production is complete. Car is being prepared for pickup or delivery"
대학시험 합격자 발표 통보를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확인한 날은 금요일인데 내가 테슬라 공장을 방문하여 차를 인수 받는 날은 그 차주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럼 도대체 5일 동안 무슨 배달 준비를 한다는 걸까. 아마 최종 품질 테스트를 거칠 것이라 믿어본다. 그래도, 그냥 나한테 주면 안되나?
그동안 구매 절차에 대해서 안내하고 구매에 필요한 서류를 온라인으로 전달하고 역시 DocuSign을 통해 사인하게 했던 친구, 이들을 테슬라에서는 "Delivery Specialist"라고 부른다.
그 친구한테 또 이메일을 띄워본다. 생산 끝났는데, 인수 일자를 당길 수 있지 않냐고.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바로 답장이 온다. 월요일로 당길 수 있다고. 토요일에도 일하는구나.
그렇다 이제 월요일이면 나의 테슬라를 만날 수 있는거다.
그 주말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되어 이틀 주말밤을 자는 둥 마는 둥하고, 일요일은 마음을 비우는 차원에서 봄맞이 화단 일을 빡세게 한다. 역시 월요일 출근해서는 바로 팀원들한테 오늘 3시에 일이 있어서 집에 일찍 들어갈 것이고, 연락이 안될 것이라고 메시지를 쫙 돌린다.
미국 직장 생활의 좋은 점들 중의 하나는 이렇게 언제든 일이 있으면 일을 팽겨치고 집에 가버릴 수 있다는 거다. 미국에서는 직장보다 개인적인 문제의 우선순위가 높다.
이미 테슬라를 구매한 사람들의 충고가 잔뜩 적혀있는 인수시 점검사항 항목을 인쇄해둔다. 아무래도 미국 제조업은 독일이나 일본의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품질 관리들을 한다고는 하지만 조립상태나 부품의 불량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인수시 점검이 필수이다.
물론 인수 후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서비스 센터를 통해 무상으로 해결할 수는 있다.

일이 될리가 없다. 대충 평소하던 루틴한 일들만 처리하고 3시가 될 때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슬그머니 일어나서 집으로 간다. 새 차를 가지러 가면, 나는 새 차를 운전해서 가지고 오고, 와이프는 공장까지 가지고 간 차를 운전해서 따로 와야 하기 때문에, 와이프를 집에 데리러 가는 거다.

테슬라 프레몬 공장은 누미(NUMMI) 공장이라고 토요다와 제너럴 모터스의 실패한 합작 공장을 테슬라가 단돈 420억원에 사들여서는 차량 조립용 로봇들을 신규 설치하여 전기차 생산 전용으로 개조한 공장이다.
이 공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내셔널지오그래픽스 사에서 제작하였고, 유뷰브에서 볼 수 있다.


드디어 공장에 도착했다.

인수 절차는 간단하다. 몇가지 추가 서류에 사인을 하고, iPad를 통해서 인수를 확인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키를 받았다. 그리고, 공장 견학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익히 위의 동영상 등, 테슬라의 생산공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므로 생략.
생산은 알루미늄 강판에서부터 시작한다. 테슬라 모델 S의 차체는 전부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다. 이 강판들을 찍어눌러 차체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생산이 시작된다.



드디어 내차를 만나고, 흥분 상태에서도 최대한 흥분을 억제하고 체크리스트 하나 하나를 확인해 나간다. 최소한 체크리스트 상의 하자는 하나도 없다. 운이 좋은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체크리스트 상에서는 이전 구매자들이 놓쳐서 미쳐 기록이 되지 않았던 하자를 운전해서 오는 길에 발견한다.
어쨋든 체크가 끝나고 인계자와 기분좋게 악수를 하고 헤어지고 나서, 기념으로 한컷

조심 조심 소심하게 운전해서 집에 도착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우리 딸이 프렁크 (프런트 트렁크 - 엔진이 없어 엔진 룸의 공간을 또 하나의 트렁크로 활용하고 있다)에 앉아서 또 한 컷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세금 환급금으로 시작된 백일몽이 실체화된 대형 사고로 마무리되었다.

테슬라 구입기 10 - 융자

당장 35,000 불 정도가 모자라니 다음으로 넘어야 할 허들은 융자받기이다.

테슬라를 이미 구매한 이들의 게시판에서는 2개의 신용조합을 추천한다. 미국방성 신용조합 (www.penfed.org) 그리고, Alliant 신용조합 (www.alliantcreditunion.org)
원래는 Alliant를 통해서 1.49% 짜리 6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영부영 하다보니 이 사람들이 은근슬쩍 1.49%를 1.74%로 올려버렸다. 매달 508.5 정도 부담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512.3으로 올라간거다. 4불이 채 안되는 차이인데도, 사람 심리라는 것이 묘하게 간사해서 큰 손해인 것 처럼 느껴졌다.
미 국방성은 3년짜리 조건으로 0.98%이다. 그럼 매달 987 불을 내어야 한다.
조금 부담은 되지만, 3년내에 다 갚아버리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6년 동안 빚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부담스럽다.
그래 초저리인 미국방성을 이용해보자.

신용협동조합이니 회원이 되어야 융자를 활용할 수 있다. 회원 자격은 당연 미군이거나 방위산업체에 근무를 해야 하는데, 회원 가입 온라인 절차 중에서 "Help me join another way"라는 옵션이 있다. 이걸 클릭하자말자 pop-up이 이렇게 뜬다.


이런 깨알같은 글씨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둘 중에 군인 가족 협회나 미군 프로모션 단체에 20불 또는 15불 기부하라는 거다. 그러면 회원이 된다고.
미군의 역사를 어느 정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선뜻 기부가 꺼려진다.
미국땅에서 인디언들에 행한 인종청소 수준의 학살. 한국, 베트남, 니카라과, 칠레, 이라크에서 반공이란 이름하에, 대테러 전쟁의 이름하에 저질러진 그 수많은 비인도적인 범죄들. 그나마 덜 포악하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조차 묵인되어온 드론 공격의 부수적 피해로 속절없이 희생된 수백명의 파키스탄 민간인들.
그걸 응원하고 그 응원의 증거로 15불을 내라고 한다.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야말로 소심하디 소심한 소리없는 저항으로 5불이 더 비싸지만, 전국 군인 가족 협회 20불 옵션을 선택한다.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을 군인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렇게 미국 국방성의 어설픈 일원이 되어, 모든 것이 온라인화되어 있는 자동차 신규 구매 융자 신청을 마무리한다. 최근 2 차례의 급여 명세와 신분증 등을 오프라인인 팩스 서류로 요구한다. 미국 공무원들이라 느려터지지 않았을까 라는 우려와는 정반대로 신청 접수 겨우 이틀만에 바로 수표를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대출을 받으면 한국 처럼 통장에 돈을 꽂아 주는 게 아니라 수표를 보내버리는구나. 거액이 든 수표가 일반 우편으로 날아온다니 긴장이 되는군.

수표와 함께 사인을 요구하는 여러 종류의 서류가 같이 왔다. 서류들 중에 자동차 보험 관련 서류가 있는데, 융자 회사는 해당 자동차의 보험 조건에 대한 제약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을 처음 알고 당황했다.
미국의 어느 보험에나 Deductible 이란 조건이 있다. 이는 어떤 사고나 질병 등으로 보험 보상 상황이 발생했을때, 가입자가 책임져야할 부분이다. 보험회사는 보상 금액이 Deductible을 초과해야만, 해당 금액을 "공제"하고 보상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 보험 상품을 500 deductible로 가입했다면,  피해액이 800 불 발생한 경우 500불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책임을 져야하고, 보험회사는 300불만 지급한다. 그러므로 Deductible이 크면 클 수록 보험료는 저렴해지고, 가입자의 위험부담은 커진다.
테슬라에 대해서 내가 보험을 통해 받아두었던 견적은 Deductible이 1,000인 상품에 대해서였는데, 미국방부 신용조합의 융자 조건은 이를 500으로 제한해두었던 것이었다.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Deductible을 500으로 내리면 보험료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알아보니 연 400불이나 인상된다. 이크 이렇게 비싼 보험료를 낼 아무런 이유가 없잖아. 수표까지 받았는데 미리 알아보지 않고 덜컥 융자 신청해서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당황해서 급히 미국방성 신용조합에 전화를 해보니 그냥 수표만 다시 우편으로 반환하면 융자가 취소된다고 한다. 이런 거금을 융자받고 취소하는 절차들이 불필요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말 간편하게 되어있다.

이제 다른 융자처를 급하게 알아봐야 한다. 또 다른 추천 대상이었던 Alliant 신용조합에 전화를 해보니, 그곳의 규정은 다행히 Deductible이 1,000이다. 다시 원래 계획대로 6년에 1.74%로. 월 4불에 빈정이 상해 연 400불 덤탱이 쓸 뻔했다. Alliant 신용조합에도 회원 자격 역시 foster child (위탁 양육 자녀) 구호 단체에 10불 정도의 기부를 하는 절차를 필요로 한다. 테슬라 사려다가 뜻하지 않은 기부를 여기저기 하게 되는군. 요구 서류를 팩스로 받지도 않고, 스캔해서 PDF 파일을 첨부하는 것으로 제출 절차 완료이다.
하지만, 이곳은 신용점수를 까다롭게 따진다고 한다. 750이 넘어야 1.74%를 받을 수 있고, 월 가처분 소득에서 월 융자 부담이 50%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각종 융자제도가 발달해있는 배경에는 오랜 시간 정착되어온 신용점수 제도가 있다. 신용점수에 대한 권위와 효용성을 기반으로 융자제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 보이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런 융자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인간의 돈 버는 짜릿함에 대한 집요한 욕망은 그 어떤 제도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것이다.
미국인 40%의 신용점수가 750이상이니 그리 높은 기준이랄 수는 없는데, 나는 미국에 온지 4년 밖에 되지 않아 신용점수란 것을 0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쌓아왔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점수만은 아닌데, 다행히 신속한 융자 결정이 난 것으로 보아, 나의 신용점수는 750이상은 되는 듯하다. 단 하루만에 나에 대한 융자가 결정되었고, Alliant 는 DocuSign (www.docusign.net) 인터넷 문서 결제 시스템을 통해 나로 하여금 서류들을 사인하게하고, 수표는 테슬라로 직접 보내버린다.
이렇게 융자 문제가 두 신용협동조합을 경험하면서 해결되었다.

Saturday, April 12, 2014

테슬라 구입기 9 - 전기 공사

다음 해결해야 할 숙제는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다.
내가 주문한 모델은 85kwh 용량의 밧데리를 가지고 있다.
이 소형 밧데리는 3.7V에 3.4Ah이니, 12.5wh (3.7 X 3.4) 용량이다.


85,000을 12.5나누면, 내가 주문한 테슬라는 이런 밧데리 6,800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런 조그만 셀들이 차 전체 바닥 알루미늄 케이스 안에 진시황제 무덤 병마용 처럼 종횡 배열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의 최대 허용 용량은 별도의 승압 공사를 하지 않는다면 5kw로 알고 있다. 그러니 만약 한국에서 이 차를 가정에서 충전한다고 하면 17시간이 걸리니 일반 가정용의 관점에서는 실로 엄청난 에너지의 전달인 셈이다. 결국 집에 주유소를 설치하는 셈이니.
미국은 가정용 전기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다.  우리집 주 분전반에는 100A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으니 240V로 배선을 하면, 최대 24 kw를 활용할 수 있지만, 미국 법에 의해 차단기 최대 용량의 80% 만 활용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어서, 19.2 kw가 최대 가용 용량이 되겠다.
19.2 kw 가용 용량을 최대한 활용하면 완전 방전에서 완전 충전에는 4시간 30분밖에 안걸린다.
미국의 가정이 한국보다는 전기차를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테슬라에서는 이런 미국의 일반적인 가정 전기 환경에 따라 2가지 충전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 19.2kw 짜리 테슬라 전용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일반 가정용 콘센트를 통해서 충전하거나.
아래 그림은 19.2kw 짜리 테슬라 전용 충전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 차가 충전이 되면 되므로, 굳이 4시간 30분짜리 충전 용량은 필요가 없을 듯 하다. 9시간 정도. 즉 10 kw 정도 충전 용량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비싼 충전기 설치 대신 가정용 콘센트를 활용하는 옵션이 훨씬 실용적이라 하겠다.
한국에서는 돼지코 모양 하나의 단일한 가정용 콘센트만 있지만, 미국에서는 용량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전기 콘센트가 있다.



테슬라는 이 모든 콘센트를 지원한다. 하지만 미국의 일반 가정에는 일반적으로 표준 1.4kw짜리 콘센트와 빨래 드라이기 용 5.8kw 짜리 콘센트 2 종류 밖에 없다. 집에서 캠핑카를 연결하거나 용접용 장비를 갖추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집에도 표준 110V 짜리가 집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지만, 이걸로 충전을 하면 61 시간 (= 85kwh / 1.4kw ) 걸리니 사실 활용이 불가능하다. 우리 집에도 드라이기는 있고, 당연히 드라이기 연결 콘센트가 있다. 15시간 정도 걸리니 아주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드라이기 콘센트와 차를 주차하는 주차 공간까지 거리가 멀어서 연장 코드가 필요하고, 연장 코드는 높은 전류를 버틸 수 있는 굵디 굵은 특수 전선이어야 한다.
매일 퇴근해서 연장 코드 연결하고, 드라이기 뽑아서 차에다가 연결하고, 이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듯 싶다.
테슬라의 추천은 새로이 위 표 위에서 세번째 10kw짜리 NEMA 14-50 캠핑카용 콘센트를 설치하라는 거다.

한국의 전기 환경적 여건은 나쁘긴 하지만, 전기 기사의 일당이 미국에 비해서 황당하게 싸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곳 생활비가 비싼 실리콘밸리에서의 전기 공사 일당은 평범한 난이도인 경우에 시간당 약 100불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천국인 이곳에서 평균 계약직 일당이 시간당 65불인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비싼지 감이 온다.

내가 직접 해볼까 보다.

"NEMA 14-50 설치하기"를 검색어로 해서 인터넷을 뒤져봐서 간단히 연구해본 결과 그렇게 난이도가 큰 일은 아니다.
우리집 분전반(두꺼비집)에 맞는 240V 50A 짜리 차단기를 사서 분전반에 끼워넣고 50A 전류를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굵은 전선 (Gauge 6 또는 8)을 설치한 차단기와 Neutral Bus와 Ground Bus에 각각 색깔 맞추서 연결한 다음, 굵은 전선의 다른 끝을 NEMA 14-50 콘센트를 사서 연결하면 끝이다.
만약에 우리 집 분전반에 차단기들이 가득차서 더 이상의 차단기 스위치를 꽂을 수 없다면, 난이도가 급 상승한다. 그런 경우 부 분전반을 따로 하나 더 설치해야 하는 제법 대공사로 연결되어 버린다.
다행히 우리집 두꺼비 집에는 새 차단기를 설치할 공간(붉은 사각형)이 비어있다.


아래와 같은 240V 50A 차단기 스위치를 사서 클립식으로 끼워넣으면 된다.


이런 전선을 사서 빨간 색 선은 차단기 스위치에 연결하고, 흰색 선은 위 빨간 사각형 표시 아래에 있는 Neutral 바에, 누드 선은 Ground로 오른쪽에 있는 Bar에 연결하면 된다.

쉽네,  얼마든지 할 수 있겠네. 당장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누군가의 단 한마디 충고로 이 모든 DIY 계획은 포기해버리고 만다.
만약에 허가받은 전기 기술자가 아닌 일반인이 새로이 차단기를 설치하는 경우, 우리집 보험은 그야말로 무효가 되어버린다. 어떤 원인에 의해서 피해가 발생을 하든, 보험 회사는 무허가로 설치된 차단기를 구실로 보상을 거부할 수 있다는 거다.

결국 www.yelp.com 을 통해서, 우리집 근처에 꽤 평판이 좋은 전기기사 아저씨에게 이메일을 띄우게 되었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전기기사분이 직접 방문하여 분전반과 설치할 장소 등을 조사한 다음 견적을 주었다.
212불 나쁘지 않다. OK, 다시 설치 일정 약속을 잡아, 우리집 차고에는 이런 콘센트가 설치되어 테슬라가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9.6kw. 방전에서 충전까지 9시간. 하룻밤 잠자는 시간이다. 충분하다.



테슬라 구입기 8 - 기아 Sedona 팔기

주문은 애플 홈페이지에서 iPad를 사는 것 처럼, 테슬라 홈페이지의 Design Studio란 곳에서 옵션을 선택하고 주문을 선택한 다음 신용카드를 긁으면 된다.
당연히 이때 긁는 금액은 전체 차량 금액이 아니라 2,500불의 예치금에 대해서이다.
카드 결제가 이루어지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을 2주간 준다. 2주후면 주문확정이 되고, 주문이 확정되고서 공장에서 부품 확보에 나서기 시작하면,  추후 주문을 취소하더라도 이 예치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아들 녀석이랑 iPad를 둘이서 맞잡고, 색깔과 각종 옵션 기능들에 대해서 토론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최종선택을 결론 짓고, 카드 번호를 입력한다.
차는 앞으로 2달 후에나 받을 수 있다.
이 지르는 느낌과 짜릿한 흥분이 지나고 나면, 늘 그렇듯 허탈함과 불안이 찾아오게 되어있다.
제일 큰 걱정거리는 인구 3억의 미국에서 2013년을 통틀어 겨우 7천대 밖에 안팔릴 정도로 인기가 없는 기아 Sedona (카니발 II의 휘발유 버전)를 어떻게 팔아치우나이다.  같은 미니밴 경쟁 차종인 토요다의 Sienna는 121,117 대를 2013년 동안 팔았고, 혼다의 Odyssey는 128,987 대를 팔았으니 얼마나 지독히 인기가 없는가를 상대적으로 알 수 있다.
나의 개인적인 Sedona에 대한 평가에 비추어보면 이건 좀 부당한 왕따라는 생각이다. 가격이 거의 경쟁 차종에 비해 10,000 이상 저렴하고, 경쟁 차종보다 약간 더 높은 엔진 성능과 조용함 안락함, 충분한 적재공간, 미국차에 흔한 잔고장이 없는 내구성 등, 이런 대우를 받아야할 특별한 이유를 못찾겠다.
2010년 미국에 처음와 미국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미니밴을 고르다가, 한국에서 익숙하게 몰아봤던 카니발이 반가웠고, 그 가격도 너무 착할 뿐 더러,  시운전을 통해 휘발유 엔진이 주는 부드러움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구매한 차이다. 주변 사람들이 수시로 얘기해줬던 나중에 팔 때 애먹을 거라는 경고를 그렇게 귀담아 듣지는 않았었다.
차를 사자 말자, 우리 가족은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 New Mexico의 Georgia O'keeffe를 만나러.
아직 우리 와이프는 고속도로 운전에 자신이 없어서, 2,500 마일 4,100 km 을 나혼자서 운전했었다.

기아 Sedona는 이후에도 북쪽으로 Oregon 까지 가는 등,  봄 여름 가을, 엄동 설한의 겨울에도 여러 차례의 2,000 마일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들을 사소한 말썽 하나 없이 4년 동안 훌륭히 소화해내었었다.


그렇지만 미국 사람들에게 뿌리깊이 박힌 브랜드에 대한 고정 관념은 그렇게 무서운 거다.
미국에서 차를 팔 때는 딜러를 통하는 방법이 있고,  Craigslist 또는 cars.com을 활용하여 직거래를 하는 방법이 있다. 딜러를 통하면 바로 차를 그 자리에서 뺏어가버리기 때문에 다른 거 신경 쓸거없는 무척 편한 절차이긴 하지만, 거의 2 ~ 3천불 정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일단 귀찮더라도 craigslist를 시도해본다.
일단 얼마에 팔지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얻기 위해서 Kelly blue book (www.kbb.com)에 차량 정보를 기입하고, 차 상태는 음.. 여기 저기 긁힌 자국도 많고, 범퍼 손상도 있으니 Excellent라고 할 수는 없고 Very Good이라고 하자.
그랬더니, 10,690 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10,000 에 팔면 잘 팔았다고 할 수 있을 것같다.



이제 차를 깨끗이 세차하고 최대한 예쁘게 나온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판매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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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zy mini VAN perfect for family road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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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in very excellent condition
Posting price lower than KBB private party sale
No accident & clean title

53K
Standard option (no sunroof, no power door, no leather)
Changed all tires & break pad last year
16 (city), 23 (highway), 18 (combined)
"

그렇게 Craigslist에 누가 이 차의 새 주인이 될까 기대 가득 올려놓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연락이 없다.
8200에 팔라는 사람만 집요하게 메시지를 보내오고, 또 어떤 이는 자기에게 이 차를 기증하라고 한다. 
기증하라는 메시지를 소개해본다.

Hi my name is ...,
I know you are selling your van. I am a single 24 year old mother of 5. All under 4. Two sets of twins and a newborn. I don't have any money but I really need a vehicle. I know it's a stretch but if you willing to donate it at any point I am hear.I know you probably need the money so I will understand. It's hard for me to get around on public transportation with 4 years olds, 2 year olds, and newborn. Again I know this is along shot but just if you can. Thank you for reading

갓난아기가 포함된 4살 쌍동이 2살 쌍동이... 애가 다섯인 미혼모가 불편하기 짝이없는 이곳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니고 있구나. 이 여인 한테 이 차는 더없이 유용한 가치로 활용될 것이다라는 마음은 움직이지만, 나도 무리(stretch)를 하는 입장에서 턱없는 선심을 배풀 여유는 매정하게도 없다. 
나는 만불이 필요하다. 더 나쁜 놈 되기 전에 그냥 딜러한테 항복백기들고 찾아가서 빨리 팔아야 겠다. 결국 이곳 산호세 지역에서 제일 큰 딜러인 DGDG (www.dgdg.com) 에서 9천불에 넘겨버린다. 
딜러는 차가 빼앗긴 나를 집까지 자기들 차로 데려다준다.
이렇게 Sedona 팔기는 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