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8, 2014

테슬라 구입기 1 - 작은 횡재 1

이 모든 사단은 turbotax라는 세금 계산 도우미 사이트에서온 판촉 이메일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늘 신경쓰이고 긴장이 되었었다. 동사무소에 가서 발급받아야 할 서류들을 줄서서 발급받고, 카드 사, 보험 사, 연금 저축 등등 서류 챙겨야 하고, 아래아 한글 서식에 숫자 하나 틀리지 않을까 조심 조심 계산기 두들겨가며 타이핑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적잖이 쌓인다.
하지만, 한국 연말정산의 좋은 점은 그래도 인사팀이 서류를 취합하여 대신 보고를 해준다는거다. 공짜로.
그것도 4년전 이야기이니, 요즘은 연말정산 간편화 서비스 등으로 많이 편해졌다고들 하더라.
미국에서도 연말 정산을 해야 한다. 역시 모든 돈 계산은 긴장되는 스트레스의 과정이다.
미국에서는 더구나 이 모든 번거러움에 더해서, 자기가 직접 국세청과 주 세무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거다. 회사에는 단지 올해 얼마만큼 벌었고, 세금을 그동안 얼마만큼 기납부했다는 양식 하나만 보내줄 뿐이다.
대부분 세무사를 쓰거나, 세금 계산 도우미 사이트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아니, 대부분의 월급장이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실제로 세금 계산 도우미 사이트를 사용한다.
나 역시 3년째 turbotax라는 사이트를 활용 중이다.
워드나 엑셀에 계산기 두들겨 가며 일일이 숫자들을 째려보면서 입력하는 대신,  시킨대로 숫자를 넣다보면 자동으로 정산을 끝내줄 뿐만아니라, 세금전산보고까지 마무리 해서, 세액환급금을 바로 2 ~ 3일 내에 자기 통장으로 받아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연방세금 정산에 소요되는 비용이 약 50불 정도인데,  이걸 오늘까지 정산을 마무리하면 25불에 할인해준다는 특별 판촉 메일이다. 물론 주 세금보고는 또 따로 돈을 받는다.
이게 웬 떡이냐.
재작년에 집을 샀었고, 그래서작년에 처음 1년치 주택 구입 대출 이자금과 재산세를 완납하였기 때문에 적잖은 세금 감면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기대 한가득히 2013년치 소득, 기 납부 세금, 세금 공제, 세액 공제 항목 등등을 입력해 나갔다.

미국의 부동산 보유세 제도에 미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잠깐 언급하고 넘어갈까 한다.
한국은 거래세가 제법 부담스러운 편이긴 하지만 보유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종합부동산세가 세금 폭탄이니 논란이 있기는 했었는데, 미국의 보유세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주 마다 틀리고, 각 동네 마다 틀리지만, 대략 주택 실 구입가의 1% 정도를 매년 보유세 명목으로 뜯어간다.
한국에서 5억짜리 아파트 가지고 있어봐야 일년에 한  60만원 정도 내겠지만, 여기서는 500만원씩을 매년 갖다 바쳐야 하니,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재산세를 통해서 지역 차별과 더 나아가 인종 차별로 확대해서 해석해볼 수 있는, 미국 자본주의 문제점의 한자락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걷어진 보유세의 거의 60%가 소속 학군의 학교 재정으로 충당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지역의 치안, 공원, 도서관 등에 활용이된다. 그러니 부자 동네 고등학교에서는 풍부한 학교 재정을 바탕으로, 대학 수준의 강의가 가능한, 수준 높은 교사들의 유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과 성과를 보장하게 된다.
미국은 한국 못지않게 교육 수준의 차이와 미래 소득의 상관 관계가 확실한 경쟁 사회이므로, 학군의 수준과 집값의 관계는 상호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동네,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형성된 낮은 집값들은, 결국 더 낮은 보유세로 말미암은 불안한 치안, 한국보다 훨씬 심하게 훼손된 질낮은 공교육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계층의 고착과 인종 간에는 넘을 수 없는 편견의 벽이 그렇게 오래토록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재산세란, 마치 사립학교 학비를 내듯, 어차피 지역 학군의 교육 재정으로 충당되는 돈으로, 자기 자식들의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해주는 차별화된 교육비인 셈이다. 게다가 그 재산세는 연말 정산시 세금 공제가 된다. 연방세나 주세라고 하는 것이 결국 부의 재분배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정책에 따라, 게으르고 무책임한 기생 계층에 돌아갈 뿐이라고 밖에 생각못하는 전형적인 미국 부자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자기 자식들의 교육비를 위해 지출했다고 믿는 돈이 또다시 세금공제까지 받게되니, 그 부담스러움이 전혀 버겁지 않은 훌륭한 부자들 만을 위한 정책이 되는 셈이다.
한국보다도 극심한 빈부격차, 계층 갈등, 인종 갈등 등의 긴장의 틈바구니에서 아시안들은 비교적 높은 소득 계층에 분포하면서 우수 학군들을 차지하고 있다. 나도 역시 그런 규정지음에따라 미국 평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법 비싼 동네에 비싼 집에 비싼 재산세를 내면서 살고 있는 실리콘 밸리의 흔한 아시안 엔지니어로 분류되어 살아가고 있다.

2013년 은행에 꼬박 꼬박 갖다바친 모기지 이자와 지역 정부에 한웅큼 퍼다준 재산세를 입력하니,  2012년치에는 구경할 수 없었던 숫자를 turbotax가 보여준다. 이거 뭐 잘못된거 아닌가 다시 확인해보게 한다. 흐... 무려 4600불을 돌려받다니. 이런 횡재가 있나.



갑자기 생긴 500만원, 이걸로 뭘할까? 라는 즐거운 백일몽이 결국은 엄청난 사고로 연결이되고 말았다.

2 comments:

  1. 나이사님!! 이런 재미있는 글을... 페북 읽으면서 글 내공이 장난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ㅎㅎㅎ 정주행 전에 Comment 먼저 남깁니다.

    ReplyDelete
    Replies
    1. 에고 들켰네요.
      오유 게시판에 올라가는 바람에 갑자기 방문자들이 많아졌네요.
      어쨋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