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8, 2014

테슬라 구입기 3 - 백일몽의 시작

본격적인 백일몽은 우리회사 주가가 62불을 돌파하여 거의 내가 받았던 가격의 2배가 되면서 시작된거다. 입사하던 해에 받았던 주식을 현금화해서 2만불을 챙겼다. 여기에 연말정산 환급금 4600불, 합쳐서 2천5백만원. 무얼 해볼까.
미국에서의 25,000 불의 다양한 의미들을 여기서 참고해보았다.
이 그림들의 조그만 오렌지 사각형의 크기는 1,000 불이다.
몇가지를 올려보면,


하와이 1주일 여행에 한 7천불에는 좀 많고, 지금 당장 여행을 딱히 하고 싶지는 않다.
내년 여름에 대학 들어가는 우리 딸 1년치 학비에 딱 맞네. 호그와트는 못보내겠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암치료를 못하는 군


2천5백만원은 사실 미국 하위 40%의 1년치 소득보다도 많은 돈이다.
하지만 미국의 최상위 0.002%의 1년 소득 약 백분의 일 정도에 불과한 돈이니, 미국 빈부 격차가 얼마나 황당한 규모인지 알 수 있네.


이 돈으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1년치 집세다.

그리고, 결국 아래 이 그림을 보면서 차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라...
미국에 오면서 엉겹결에 샀던 중고 2007년 닛산 알티마와 가족 여행용 역시 중고 2009년 기아 세도나 (카니발 휘발유 버전), 이렇게 2대가 우리집 차고에 있다. 한국에서 와이프랑 나랑 운전하던 차가 SM5였기 때문에, 와이프의 미국 생활에서의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SM5랑 가장 똑같은 차를 고른 것이 닛산 알티마였다. 더불어, 탁월한 기후와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와 그 주변 주들을 캠핑과 여행을 통해 즐기려면 미니밴이 꼭 필요했다.
미니밴들 중에서 제일 싸고, 일본차들 보다는 평가가 떨어지지만 미국 차들보다는 훨씬 신뢰가 가는 한국차 기아 카니발, 여기서는 세도나를 선택했다.
그렇게 4년을 아무런 불평 불만없이, 별 사고없이, 중고차라 별 부담도 없이, 여기 저기 긁고 다니면서 잘 몰고 다녔었다. 멀리 New Mexico까지, Grand Canyon을 무려 2번이나 갔다오고, Oregon 눈밭에서도 충분히 구석 구석 절경을 즐기게 해줬던 차들이었다.
하지만, 출퇴근 거리가 왕복 50마일(약 80Km)에 이르다보니, 금요일 재택 근무를 하더라도 월 250불 정도의 기름값이 제법 부담인 셈이고, 무겁고 비효율적인 미니밴을 가지고 어디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기름값 예산이 웬만한 모텔 숙박비 예산에 맞먹는 다는 점이 불만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리터 당 약 1불 정도하는 기름값이니 한국보다 많이 싸기는 하지만, 활동 반경이 크고, 대중 교통이 불편하고 비싸고, 동네 슈퍼에 맥주정도도 차를 몰고 가서 사와야 하는지라 엄청난 연료 소비로 연료 지출 부담이 타국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이 약 인당 164kg을 사용한다면, 미국은 1108 kg의 수송용 휘발유를 사용한다고 한다.
환상의 연비를 자랑하는 BMW 3 시리즈 디젤차를 드디어 미국에서 시판하기 시작했다라는 소식에 귀가 솔깃한 상황에서, TV 광고까지 보고는 한번 얼마나 하는지 들여다보자라는 생각에 BMW 홈페이지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것 저것 옵션을 선택하니 5만불이 훌쩍 넘어버린다. 고속도로 45MPG (= 약 20km/L)의 연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4기통에 불과한 차를 5만불이나 주고 사기에는 썩 내키지 않는다.
4기통이 전달하는 기분 나쁜 진동, 소음, 피로감과 제한된 가속력 등의 약점들은 아무리 차를 잘 만든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기계적 한계이다.  4기통이 싫다면, 더 많은 실린더 수와 중가된 폭발력으로 4기통의 한계들을 개선한 차들로 선택 집단을 옮겨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엔진이 무거워질 뿐 아니라,  소음과 진동 억제 장치가 고스란히 차에 추가적인 하중 부담과 효율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소위 럭셔리 차들이라는 것들에서는 나의 제일 우선 목표인 연료 효율성은 달성될 수 없는거다.
왜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서, 거기다가 더 비싼 기름값을 지출해야 하냐고?
살만한 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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