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2, 2014

테슬라 구입기 5 - 테슬라 매장, 전시장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들의 드림카 테슬라를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그쪽으로는 강력한 자기 규제를 걸어놓았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행운을 가진 자들을 위한 차라고 계속 자기 암시를 주억 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다고 구경도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
테슬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디자인 스튜디오란 걸 가지고 노닥거리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파란색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하고, 테크 페키지로 17인치 스크린을 십분 활용하고, Supercharger 란 것에 대해서 공부도하고, 그렇게 사이트를 배회하는 시간이 자꾸 늘어나기 시작했다.
'테스트 드라이브' 버튼이 있다. 마침내 이것마저 클릭해서는 연락처를 입력하고 만다. 도대체 어디로 내가 나를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가슴 속에서는 그 "유치하고 이기적인"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상상의 공간 속에서 나는 이미 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
테스트 드라이브를 신청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그 주 재택근무하는 금요일 예약하고, 와이프한테는 금요일 점심 산타나로우 에서 외식하자고 꼬드겨 놓았다.

결국 그 주 금요일, 이렇게 비싼 차를 왜 테스트 드라이브해야 하냐고, 정신 나간거 아니냐고 격앙된 와이프를 달래가며 산타나로우에 있는 테슬라 매장에 도착했다.


엄밀히 말하면 매장은 아니다. 막대한 돈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대부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주에서는 이런 매장에서 차를 직접 구매하는 것을 금지해놓기도 하였다. 여기서는 실제로 차를 만져보고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최근 뉴저지는 아예 이런 매장 자체도 불허하고, 이미 존재하는 매장에서의 테스트 드라이브를 금지해버렸다. 여기에서 테슬라라는 신흥 세력이 구질서와 충돌하는 갈등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차를 사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본질은 딜러가 챙겨가는 몫과 내가 양보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팽팽한 줄다리기이다. 미국에서는 이 딜러쉽에 대한 역사가 무척이나 오래되었고, 그렇게 오래된 만큼 정치적 영향력도 굉장히 강력하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정 댓수의 차량들을 도매가로 딜러한테 넘기고 나면, 딜러들은 일반 소비자들과 실적 달성 전쟁을 치루게 된다.
차량 구입 의사를 가진 사람이 딜러 매장 주차장에서 내리는 순간 즉시 딜러들은 한국의 용팔이 악명에 못지않은 "강매"와 "마진" 전투를 시작한다. 그런 끈덕진 강매로 사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알티마와 세도나를 사게된 거다. 누군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딜러들과의 신경전에서 승리하여 내가 산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동급의 차량을 구매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의 저질 영어와 새가슴을 원망할 수 밖에 없게된다. 게다가 워런티가 끝나고 차를 고쳐야 하는 순간이되면 다시 또 소위 딜러쉽과의 긴장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차가 좀 이상한 것 같아 딜러쉽 소속 서비스센터에 잠깐 방문하는 순간 바로 수백불의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워런티와 리콜이 아니면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바로 이 딜러쉽을 건너뛰고 바로 직접 소비자를 만나서, 오로지 정찰제로만 차를 판매하겠다는 거다. 얼굴 철판의 두께, 심장의 강도, 운에 따라서 나와 내가 다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똑같은 가격이 적용된다. 물론 서비스 요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딜러들이 그동안 챙겨가던 그 마진들은 테슬라가 직접 챙겨가겠다는 거다.
그래서, 미국의 각 주마다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딜러쉽 협회가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하에 제조사의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로비하여 왔던 것이고, 테슬라는 정면으로 이러한 관행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하겠다.
당연히 생존의 근간을 위협받는 딜러쉽 협회 역시 묵과하고 있지는 않았고, 각 주마다 나름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워싱턴 주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나서서 테슬라의 직접 판매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시위를 통해 무력화시켰다. 진정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테슬라 방식이라고. 아래 사진은 주청사에서의 시위 장면.

하지만, 공화당 대통령 후보까지 넘보는 나름의 인기를 챙기고 있는 크리스티 가 주지사로 있는 뉴저지는 크리스티의 직접적인 주도하에 테슬라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버렸다. 이 사태는 결국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던 테슬라의 주가를 주춤하게 만든 나름 심각한 타격이 되어버린다.

테슬라 매장은 소비자들이 깔끔한 실내 장식 하에서 자유스럽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스토어의 방식과 분위기를 그대로 복사해놓은 것이라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새로운 혁신은 아니지만, 오디오나 IT 제품이 아닌 차량에 적용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테스트 드라이브는 꽤 잘생긴 청년이 동반해주어 와이프의 기세가 좀 누그러뜨려졌다. 이런 저런 질문을 이어가다가 오디오와 인터넷 라디오에 대한 화제로 이어지고, 나는 레드제플린이 듣고 싶다고 했고, 자식 꽤 반가워한다. slacker  라는 인터넷 라디오 앱이 설치되어 있어, 이 친구가 레드제플린을 입력하자 black dog을 틀어준다.
바닥에 7000개의 건전지가 깔려있고, 이 건전지들의 무게가 전체 차량 무게의 30%를 차지한다고 하며, 그 다음으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모터 등도 바닥에 설치되어있으니, 이 차의 무게 중심은 대단히 낮게 자리잡고 있다. 또한 전체 차량 무게가 전반부와 후반부에 각각 50%씩 분산되어있다고 한다. 이것이 실제 운전할 때 롤링과 핏칭을 최소화하여 곡선 주로를 충분한 속도를 가지고도 안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한다고 하나, 우리의 테스트 드라이브에서는 그것을 테스트 해볼 수는 없었다. 그런가보다 하고 믿는 수 밖에...




시운전의 몇가지를 포인트를 달아서 정리해본다.
* 정말 조용하다. 부드럽다. 고급차를 타본적이 없어서리 비교 대상이 마땅치 않으나, 어쨋든 현재 나에게 익숙한 알티마나 세도나와는 확실히 다르다.
* 고속도로 램프에서 속도를 올려야 할 때 정말 부아앙 하는 엔진 소리 대신 지하철에서 익숙하게 듣던 그 위잉하던 전동모터 소리가 들린다.  차 제품마다 최대 토크라는 수치를 선전한다. 바퀴를 가속하는 힘이다. 그런데 기존 내연기관 차들은, 이 회전력이 최대로 작용하는 속도가 따로 있기 때문에 속도에 따라 가속 성능이 다르다. 하지만, 테슬라는 속도 0에서부터 바로 최대 토크를 가할 수 있어 말그대로 끈김없이 이어지는 가속을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은 놀이공원 롤러코스터하고 유사하다. 그리고, 그 힘을 어떤 속도에서든 일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 모델S는 기어가 하나다. Fixie 자전거 처럼.
* Creep 모드란 것이 있다.
우리는 브레이크에서 발만 떼면 당연히 차가 진행하리라 받아들이지만, 전기차에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후진 기어를 넣고 발을 떼는 순간 앞으로 미끄러지니 급 당황. 순간 그 친구가 Creep 모드라는 것을 켠다. 자동 변속 차량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이동하는 것을 흉내내는 기능이다.
* Regenerate 브레이크란 기능.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이 때 속도가 오른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밧데리 충전용으로 회수하게 된다. 그에 따른 발전 부하가 급격히 속도를 떨어뜨리는데 거의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이게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는 짧은 순간동안은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너무 빨리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버려 어정쩡한 속도로 자꾸 가게 된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한발 운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브레이크 패드 교체 주기가 상당히 길어지겠다.

테스트 드라이브가 끝나고 주차장에 돌아오니, 이미 테슬라를 소유한 오너가 자기 차를 테슬라 매장 전용 주차장에 주차하더니, 나의 테스트 드라이브를 도왔던 친구에게 매장 전기를 이용해서 충전 좀 하겠다고 한다. 그 친구의 대답은 "기꺼이 언제든지".
이 지역 테슬라 소유자들은 이 번잡한 산타나로우에서 주차도 쉽게 하고 게다가 공짜 전기까지 얻어가는구나. 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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