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드라이브를 다녀와서, 바로 엑셀을 펼쳤다.
그래서 따져보기로 했다. 과연 살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차량 가격은 여기저기 사용자 포럼에서 강추하는 옵션 3종, 85KWH 밧데리, 테크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추가하니 9만불이다. 허걱 1억이잖아.
1억이 주는 부담감과 무게는 더 생각할 겨를없이 바로 엑셀을 닫아버리기에 충분하다.
물론 한국과 미국에 각기 어느 정도 투자되어 있는 자산이 있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아이들 미국 대학 비용 때문에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거드릴 수 있다할지라도 고작 차에 1억을 쏟아붓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래도,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말이 안되는 것인지 숫자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일단 세금 환급과 작년 주식 보너스로 올린 수익 2만5천불을 입력하고.
연방 지원금 7,500불과 캘리포니아 주 청정 차량 구매 지원 프로그램 2,500불, 그래서 보조금 합이 10,000 불이다. 좀 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전기 차량 보조금이 무려 1500만원? 정말?
그런데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역시 한국형 친환경 사업임이 여실히 드러나는군. 공공 기관이나 차량 임대 사업자에 제한되어 있고, 개인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 소관인데, 제주도 등에서 설사 지원이 되더라도 장애인 국가 유공자 등을 거쳐 일반 개인에게는 추첨을 통해서 지원한다고 한다. 복권이네. 운에 따라서 1500만원이 왔다갔다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사행심 조장 정책은 누가 입안하고 어떤 여론 검증을 거쳐 적용이되는 것인지. 게다가 전체 지원 대상 차량 댓수가 1,000 대에 불과하다라고 하니, 전형적인 구색 맞추기, 생색내기, 아무런 실질적 실효성이 없는 허울좋은 간판에 지나지 않는 정책일 뿐이다.
여하튼 여기는 다행히 미국, 일단 정부 보조금으로 합이 35,000. 그리고 세도나든 알티마든 하나는 팔아야 하니 거기서 또 10,000 불 확보. 현재 스코어 45,000.
45,000 더 있어야 한다.
한국에 있는 투자 자산 중에서 천만원만 정도만 회수하자. 천만원 없다고 우리 딸 대학 못갈꺼 아니니까. 그럼 이제 35,000 남았다.
3.5% 정도하는 테슬라 주선으로 Wells Fargo 나 USBank를 활용하는 할부를 선택하니 6년 동안 매달 542불씩 내야 한다.
저지르면 감내는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기는 하다. 어차피 매달 250불 정도의 기름값을 절감할 수 있다면 매월 300불 정도가 순 부담.
여기저기 이미 테슬라를 구입한 사람들의 모임 게시판 을 검색하여 좀 더 나은 금융 조건들을 알아보니 Alliant Credit Union이란 곳에서 1.49%의 이율을 적용해준다고 한다. 인플레와 맞먹는 이율이라니 거의 무이자랑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월 508불을 6년 동안이라, 현재 250불 정도 내고 있는 기름값 제하고 나면 260불 정도가 순수 부담이다. 그런데 올해 환급받은 5천불에 다시 주목해보니 갑자기 서광이 비친다.
올해 환급받은 5천불 정도의 세금은 다른 조건들이 앞으로 별달리 바뀌지 않으므로, 내년에도 동일 수준으로 환급받을 확률이 높다. 특히 내후년부터는 우리 딸 대학 등록금을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세금 감면 폭은 더 커지리라.
그렇다면 사실 현재의 생활 규모와 저축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면 연봉 인상이 앞으로 아예 없다고 하더라도, 매달 400 불 정도의 여유 폭은 계속 있는 셈이다.
그렇군. 짤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13월의 보너스를 앞으로 6년 동안 유지할 수 있으면 되는거다.
짤리면? 팔아버리면 되잖아.
테슬라의 중고 차값이 실제 판매가격보다 비싸다는 황당한 기사를 읽었다.
내 마음 속의 "유치하고 이기적인" 악마가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이다.
그래, 테슬라 밖에 없다. 테슬라를 사자.
게다가, 테슬라를 보유하게 되면 타이어는 갈아줘야 하겠지만, 브레이크 패드, 엔진오일 교체 등의 유지 보수 비용은 더 이상 안들여도 되고, 게다가 테슬라는 8년 무한 마일의 워런티가 적용되어 특별히 다른 유지 보수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름값은 6년이 지나 할부금을 완납한 후로도 계속 공짜다.
결정을 내리자말자 이제 제일 거대한 장애물이 바로 떠오른다.
어떻게 와이프를 설득할래. 어느 평범한 월급장이의 와이프가 구입 즉시 감가상각이 시작되는 차량의 구매에 선뜻 1억을 동의해줄 수 있을까. 아무리 천사 같은 와이프라도 1억원짜리 남편 장난감을 사줄 수는 없는거다.
그리고 해결해야할 이런 저런 고민과 숙제들도 함께...
1. 기름을 많이 먹는 세도나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세도나를 어떻게 손해보지 않고 잘 팔아야 하는데 너무 인기가 없는 차이다 보니 팔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2013년에 미국 통틀어 새차가 약 7천대 팔렸다. 경쟁 차종인 혼다의 오디세이 약 13만대, 그리고 토요다 시에나가 약 12만대를 팔았으니, 거의 인기도가 10배 20배가 차이가 난다.
2. 전기 공사. 전기차를 가정용 120V 15A (120 X 15 = 1.8KW) 전기로 충전하면 85KWH 밧데리를 다 채우는데 47 시간(85/1.8)이 소요될 뿐 아니라, 효율이 떨어져 충전 비용이 기름값에 맞먹을 것이다. 테슬라에서는 240V 40A (=9.6KW 캠핑카 용 아웃렛)를 가정에 설치할 것을 추천한다. 두꺼비 집에 240V 40A를 설치할 여유 공간이 있을지, 집에 공급되는 전체 전기가 그 정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공사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않을지
3. 보험료가 터무니 없이 비싸지지는 않을까
4. Alliant Credit Union을 통해 좋은 조건의 이율을 확보해서 대출을 문제없이 받을 수 있을지도 나름 걱정이다.
정말 사고를 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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