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2, 2014

테슬라 구입기 7 - 와이프 설득하기

와이프의 대답은 간단했다. "미쳤어? 절대 안돼!"
너무나 뻔하게 예상했던 반응이라 전혀 실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은 그 다음 수를 준비하지 않았으니 일단은 작전상 후퇴.
와이프도 긴장하는 눈치이다. '이 인간이 이렇게 쉽게 퇴각할 리가 없을 텐데.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그리고 간헐적인 잽을 수시로 던진다.
"살께, 사게 해줘" vs. "끝난 얘기야 절대 안돼"
짤막한 긴장된 공방을 며칠동안 주고 받는다.

어떻게 해볼까... 발렌타인 데이 장미꽃 한다발? 너무 식상하다.
편지? 그래 편지를 써보자. 와이프 안녕?으로 시작하는 편지. 어쩌면 먹힐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심하고서 회사에 출근해서는 대놓고 딴짓한다.

"와이프 안녕" 커서는 계속 깜박이고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나름 와이프와의 공감 포인트가 떠오른다.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유치하고 이기적인" 욕심들을 고백해 나아간다.

감기는 어때?

오랜만에 또 글로 얘기해본다.
한국 떠나 만 4년이 넘었다. 
처음 와서는 낯선 환경에, 영어도 안되고, 직장도 불안하고, 늘 의견이 맞는 것도 아니어서 자주 다투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말 자리를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애들이 공부만 좀 잘하면 더 할 나위없겠는데...건 뜻대로 안되는거고.
난 좀 외롭고 단조롭기는 하지만 여유있는 미국식 생활 패턴에 만족한다.
와이프가 남편을 잘 믿어주고, 잘 참아주고, 잘 콘트롤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거고, 너무 쉽게 늙어버렸다.
이렇게 세상을 관조하다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구나 생각하니 좀 슬퍼진다.
도 닦아서 간달프 도사되려고 미국에 온 거 아닌데
우리, 인생을 좀 세속적으로 장식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죽을 때가 되어서 정신줄 놓치지 않아 내 인생에서 행복했었던 몇 장면을 기억할 수 있다면, 정확히 10년전 우리 미국 여행했을 때인 이 사진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약간 쌀쌀했지만 상쾌한 날씨였었고, 눈구름들을 배경으로한 광활한 풍경들은 감동적이기 까지 했고, 우리 아이들은 너무 귀여웠었고, 나하고 우리 와이프는 촌티나는 감수성으로 젊었었잖아.
이 눈부신 이미지에 대한 인상이 나하고 우리 가족을 미국으로 끌어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뭐 거창하게 생애에 남을 추억을 더 쌓을 거야라는 건 철없다는 거 다안다. 
우리는 지금 열심히 생활이라는 것을 살고 있고, 삶이란 결국 생활의 연속이겠지.
철없는 거 싫다고 인생을 생활로만 채울 수는 없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싼 차여야 하냐고?
차는 생활 수단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추억 쌓기 수단이잖아. 
특히 미국에서 여행의 대부분은 차와 함께 할 수 밖에 없고, 차가 편해야 하고, 즐거워야 하고, 안전해야 하겠지.
물론 나는 즐거워야 한다는데에 너무 커다란 방점을 두고 있지만.
즐거움이 커지는 만큼, 집 밖을 나서는 것에 대한 동기 유발이 덩달아 더 커지겠지
더 자주 미술관과 오페라, 그리고 콘서트를 가고, 더 자주 그룹폰의 맛집들을 더 멀리 찾아가게 되고, 더 자주 던저니스 게를 사먹으로 가게 되고, 
우리가 처음 아반떼를 샀을 때 처럼 말이다.

그 즐거움에 그렇게 큰 돈을 투자해야 하냐고 ... 
내가 고른 옵션은 90,000 불 정도 한다. 응, 엄청 비싸지.. 그래서 고민을 좀 많이 했었지
그런데, 결국 결심을 이끈 정보를 좀 알아내었거든.
이제부터 숫자들이 좀 나오긴 하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봐줄래?
테슬라 유저 그룹에서 많은 사람들이 Alliant Credit Union 또는 PenFed라는 곳에서 융자를 받았더라고, 거기 조건이 6년까지 신용도에 따라 1.49% ~ 1.99%야.

한 5만5천불은 현재 내가 융통할 수 있는 자산으로 Downpay하고
3만5천불을 융자 받는데, 한달에 약 508불 내면 돼.
민트에서 계산을 해봤는데, 작년에 한달 평균 290불 어치 기름을 넣었더라고, 물론 여행간 거 포함해서. 여기서 최소한 200불을 올해 여유분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
또 세금 정산 4600불 돌려 받았잖아. 이걸 12로 나누면, 작년에 한달에 383 불씩 세금을 더 안내도 되었었다는 얘기잖아.
여기서 최소한 300불 정도 여유는 찾을 수 있겠지.

올해 연봉이 한푼도 안오른다고 봐도, 작년 정도의 수입과 지출 그리고 저축에 기반해서 508불의 여유를 이렇게 찾을 수 있는거지.
앞으로 군소리없이 6년 동안 열심히 일할께. 내년도 올해처럼 팀장이 줄 수 있는 좋은 평가 받아낼께.

1.49%라도 이자 내는 거 아깝다고?
3만5천불을 그냥 6년으로 나누면 486불이야. 한달 이자가 22불이라고 볼 수 있지.

와이프,
요즘 테슬라 때문에, 회사에서 일도 잘 안되고, 밤에 잠도 잘 못자고 그래. 
사람이 욕망을 품게 되면 날카로와지나봐. 이제 와이프 허락 받아내어서 정리해서 정상 생활로 돌아갔으면 해.

테슬라 사는 거 허락해줘 ^^

남편

와이프는 그날 저녁 허락을 해줬다.

테슬라 구입기 6 - 계산, 또 계산, 그리고

테스트 드라이브를 다녀와서, 바로 엑셀을 펼쳤다.
그래서 따져보기로 했다. 과연 살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차량 가격은 여기저기 사용자 포럼에서 강추하는 옵션 3종, 85KWH 밧데리, 테크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추가하니 9만불이다. 허걱 1억이잖아.
1억이 주는 부담감과 무게는 더 생각할 겨를없이 바로 엑셀을 닫아버리기에 충분하다.
물론 한국과 미국에 각기 어느 정도 투자되어 있는 자산이 있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아이들 미국 대학 비용 때문에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거드릴 수 있다할지라도 고작 차에 1억을 쏟아붓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래도,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말이 안되는 것인지 숫자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일단 세금 환급과 작년 주식 보너스로 올린 수익 2만5천불을 입력하고.
연방 지원금 7,500불과 캘리포니아 주 청정 차량 구매 지원 프로그램 2,500불, 그래서 보조금 합이 10,000 불이다.  좀 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전기 차량 보조금이 무려 1500만원? 정말?
그런데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역시 한국형 친환경 사업임이 여실히 드러나는군. 공공 기관이나 차량 임대 사업자에 제한되어 있고,  개인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 소관인데,  제주도 등에서 설사 지원이 되더라도 장애인 국가 유공자 등을 거쳐 일반 개인에게는 추첨을 통해서 지원한다고 한다. 복권이네. 운에 따라서 1500만원이 왔다갔다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사행심 조장 정책은 누가 입안하고 어떤 여론 검증을 거쳐 적용이되는 것인지. 게다가 전체 지원 대상 차량 댓수가 1,000 대에 불과하다라고 하니, 전형적인 구색 맞추기, 생색내기, 아무런 실질적 실효성이 없는 허울좋은 간판에 지나지 않는 정책일 뿐이다.
여하튼 여기는 다행히 미국, 일단 정부 보조금으로 합이 35,000. 그리고 세도나든 알티마든 하나는 팔아야 하니 거기서 또 10,000 불 확보. 현재 스코어 45,000.
45,000 더 있어야 한다.
한국에 있는 투자 자산 중에서 천만원만 정도만 회수하자. 천만원 없다고 우리 딸 대학 못갈꺼 아니니까.  그럼 이제 35,000 남았다.
3.5% 정도하는 테슬라 주선으로 Wells Fargo 나 USBank를 활용하는 할부를 선택하니 6년 동안 매달 542불씩 내야 한다.


저지르면 감내는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기는 하다. 어차피 매달 250불 정도의 기름값을 절감할 수 있다면 매월 300불 정도가 순 부담.
여기저기 이미 테슬라를 구입한 사람들의 모임 게시판 을 검색하여 좀 더 나은 금융 조건들을 알아보니 Alliant Credit Union이란 곳에서 1.49%의 이율을 적용해준다고 한다.  인플레와 맞먹는 이율이라니 거의 무이자랑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월 508불을 6년 동안이라, 현재 250불 정도 내고 있는 기름값 제하고 나면 260불 정도가 순수 부담이다. 그런데 올해 환급받은 5천불에 다시 주목해보니 갑자기 서광이 비친다.
올해 환급받은 5천불 정도의 세금은 다른 조건들이 앞으로 별달리 바뀌지 않으므로, 내년에도 동일 수준으로 환급받을 확률이 높다. 특히 내후년부터는 우리 딸 대학 등록금을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세금 감면 폭은 더 커지리라.
그렇다면 사실 현재의 생활 규모와 저축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면 연봉 인상이 앞으로 아예 없다고 하더라도, 매달 400 불 정도의 여유 폭은 계속 있는 셈이다.
그렇군. 짤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13월의 보너스를 앞으로 6년 동안 유지할 수 있으면 되는거다.
짤리면? 팔아버리면 되잖아.
테슬라의 중고 차값이 실제 판매가격보다 비싸다는 황당한 기사를 읽었다.
내 마음 속의 "유치하고 이기적인" 악마가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이다.

그래, 테슬라 밖에 없다. 테슬라를 사자.

게다가, 테슬라를 보유하게 되면 타이어는 갈아줘야 하겠지만, 브레이크 패드, 엔진오일 교체 등의 유지 보수 비용은 더 이상  안들여도 되고, 게다가 테슬라는 8년 무한 마일의 워런티가 적용되어 특별히 다른 유지 보수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름값은 6년이 지나 할부금을 완납한 후로도 계속 공짜다.

결정을 내리자말자 이제 제일 거대한 장애물이 바로 떠오른다.
어떻게 와이프를 설득할래. 어느 평범한 월급장이의 와이프가 구입 즉시 감가상각이 시작되는 차량의 구매에 선뜻 1억을 동의해줄 수 있을까. 아무리 천사 같은 와이프라도 1억원짜리 남편 장난감을 사줄 수는 없는거다.

그리고 해결해야할 이런 저런 고민과 숙제들도 함께...

1. 기름을 많이 먹는 세도나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세도나를 어떻게 손해보지 않고 잘 팔아야 하는데 너무 인기가 없는 차이다 보니 팔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2013년에 미국 통틀어 새차가 약 7천대 팔렸다.  경쟁 차종인 혼다의 오디세이 약 13만대, 그리고 토요다 시에나가 약 12만대를 팔았으니, 거의 인기도가 10배 20배가 차이가 난다.
2. 전기 공사. 전기차를 가정용 120V 15A (120 X 15 = 1.8KW) 전기로 충전하면 85KWH 밧데리를 다 채우는데 47 시간(85/1.8)이 소요될 뿐 아니라, 효율이 떨어져 충전 비용이 기름값에 맞먹을 것이다. 테슬라에서는 240V 40A (=9.6KW 캠핑카 용 아웃렛)를 가정에 설치할 것을 추천한다.  두꺼비 집에 240V 40A를 설치할 여유 공간이 있을지, 집에 공급되는 전체 전기가 그 정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공사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않을지


3. 보험료가 터무니 없이 비싸지지는 않을까
4. Alliant Credit Union을 통해 좋은 조건의 이율을 확보해서 대출을 문제없이 받을 수 있을지도 나름 걱정이다.

정말 사고를 치고 있구나...

테슬라 구입기 5 - 테슬라 매장, 전시장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들의 드림카 테슬라를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그쪽으로는 강력한 자기 규제를 걸어놓았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행운을 가진 자들을 위한 차라고 계속 자기 암시를 주억 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다고 구경도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
테슬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디자인 스튜디오란 걸 가지고 노닥거리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파란색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하고, 테크 페키지로 17인치 스크린을 십분 활용하고, Supercharger 란 것에 대해서 공부도하고, 그렇게 사이트를 배회하는 시간이 자꾸 늘어나기 시작했다.
'테스트 드라이브' 버튼이 있다. 마침내 이것마저 클릭해서는 연락처를 입력하고 만다. 도대체 어디로 내가 나를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가슴 속에서는 그 "유치하고 이기적인"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상상의 공간 속에서 나는 이미 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
테스트 드라이브를 신청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그 주 재택근무하는 금요일 예약하고, 와이프한테는 금요일 점심 산타나로우 에서 외식하자고 꼬드겨 놓았다.

결국 그 주 금요일, 이렇게 비싼 차를 왜 테스트 드라이브해야 하냐고, 정신 나간거 아니냐고 격앙된 와이프를 달래가며 산타나로우에 있는 테슬라 매장에 도착했다.


엄밀히 말하면 매장은 아니다. 막대한 돈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대부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주에서는 이런 매장에서 차를 직접 구매하는 것을 금지해놓기도 하였다. 여기서는 실제로 차를 만져보고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최근 뉴저지는 아예 이런 매장 자체도 불허하고, 이미 존재하는 매장에서의 테스트 드라이브를 금지해버렸다. 여기에서 테슬라라는 신흥 세력이 구질서와 충돌하는 갈등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차를 사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본질은 딜러가 챙겨가는 몫과 내가 양보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팽팽한 줄다리기이다. 미국에서는 이 딜러쉽에 대한 역사가 무척이나 오래되었고, 그렇게 오래된 만큼 정치적 영향력도 굉장히 강력하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정 댓수의 차량들을 도매가로 딜러한테 넘기고 나면, 딜러들은 일반 소비자들과 실적 달성 전쟁을 치루게 된다.
차량 구입 의사를 가진 사람이 딜러 매장 주차장에서 내리는 순간 즉시 딜러들은 한국의 용팔이 악명에 못지않은 "강매"와 "마진" 전투를 시작한다. 그런 끈덕진 강매로 사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알티마와 세도나를 사게된 거다. 누군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딜러들과의 신경전에서 승리하여 내가 산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동급의 차량을 구매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의 저질 영어와 새가슴을 원망할 수 밖에 없게된다. 게다가 워런티가 끝나고 차를 고쳐야 하는 순간이되면 다시 또 소위 딜러쉽과의 긴장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차가 좀 이상한 것 같아 딜러쉽 소속 서비스센터에 잠깐 방문하는 순간 바로 수백불의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워런티와 리콜이 아니면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바로 이 딜러쉽을 건너뛰고 바로 직접 소비자를 만나서, 오로지 정찰제로만 차를 판매하겠다는 거다. 얼굴 철판의 두께, 심장의 강도, 운에 따라서 나와 내가 다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똑같은 가격이 적용된다. 물론 서비스 요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딜러들이 그동안 챙겨가던 그 마진들은 테슬라가 직접 챙겨가겠다는 거다.
그래서, 미국의 각 주마다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딜러쉽 협회가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하에 제조사의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로비하여 왔던 것이고, 테슬라는 정면으로 이러한 관행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하겠다.
당연히 생존의 근간을 위협받는 딜러쉽 협회 역시 묵과하고 있지는 않았고, 각 주마다 나름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워싱턴 주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나서서 테슬라의 직접 판매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시위를 통해 무력화시켰다. 진정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테슬라 방식이라고. 아래 사진은 주청사에서의 시위 장면.

하지만, 공화당 대통령 후보까지 넘보는 나름의 인기를 챙기고 있는 크리스티 가 주지사로 있는 뉴저지는 크리스티의 직접적인 주도하에 테슬라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버렸다. 이 사태는 결국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던 테슬라의 주가를 주춤하게 만든 나름 심각한 타격이 되어버린다.

테슬라 매장은 소비자들이 깔끔한 실내 장식 하에서 자유스럽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스토어의 방식과 분위기를 그대로 복사해놓은 것이라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새로운 혁신은 아니지만, 오디오나 IT 제품이 아닌 차량에 적용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테스트 드라이브는 꽤 잘생긴 청년이 동반해주어 와이프의 기세가 좀 누그러뜨려졌다. 이런 저런 질문을 이어가다가 오디오와 인터넷 라디오에 대한 화제로 이어지고, 나는 레드제플린이 듣고 싶다고 했고, 자식 꽤 반가워한다. slacker  라는 인터넷 라디오 앱이 설치되어 있어, 이 친구가 레드제플린을 입력하자 black dog을 틀어준다.
바닥에 7000개의 건전지가 깔려있고, 이 건전지들의 무게가 전체 차량 무게의 30%를 차지한다고 하며, 그 다음으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모터 등도 바닥에 설치되어있으니, 이 차의 무게 중심은 대단히 낮게 자리잡고 있다. 또한 전체 차량 무게가 전반부와 후반부에 각각 50%씩 분산되어있다고 한다. 이것이 실제 운전할 때 롤링과 핏칭을 최소화하여 곡선 주로를 충분한 속도를 가지고도 안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한다고 하나, 우리의 테스트 드라이브에서는 그것을 테스트 해볼 수는 없었다. 그런가보다 하고 믿는 수 밖에...




시운전의 몇가지를 포인트를 달아서 정리해본다.
* 정말 조용하다. 부드럽다. 고급차를 타본적이 없어서리 비교 대상이 마땅치 않으나, 어쨋든 현재 나에게 익숙한 알티마나 세도나와는 확실히 다르다.
* 고속도로 램프에서 속도를 올려야 할 때 정말 부아앙 하는 엔진 소리 대신 지하철에서 익숙하게 듣던 그 위잉하던 전동모터 소리가 들린다.  차 제품마다 최대 토크라는 수치를 선전한다. 바퀴를 가속하는 힘이다. 그런데 기존 내연기관 차들은, 이 회전력이 최대로 작용하는 속도가 따로 있기 때문에 속도에 따라 가속 성능이 다르다. 하지만, 테슬라는 속도 0에서부터 바로 최대 토크를 가할 수 있어 말그대로 끈김없이 이어지는 가속을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은 놀이공원 롤러코스터하고 유사하다. 그리고, 그 힘을 어떤 속도에서든 일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 모델S는 기어가 하나다. Fixie 자전거 처럼.
* Creep 모드란 것이 있다.
우리는 브레이크에서 발만 떼면 당연히 차가 진행하리라 받아들이지만, 전기차에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후진 기어를 넣고 발을 떼는 순간 앞으로 미끄러지니 급 당황. 순간 그 친구가 Creep 모드라는 것을 켠다. 자동 변속 차량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이동하는 것을 흉내내는 기능이다.
* Regenerate 브레이크란 기능.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이 때 속도가 오른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밧데리 충전용으로 회수하게 된다. 그에 따른 발전 부하가 급격히 속도를 떨어뜨리는데 거의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이게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는 짧은 순간동안은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너무 빨리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버려 어정쩡한 속도로 자꾸 가게 된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한발 운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브레이크 패드 교체 주기가 상당히 길어지겠다.

테스트 드라이브가 끝나고 주차장에 돌아오니, 이미 테슬라를 소유한 오너가 자기 차를 테슬라 매장 전용 주차장에 주차하더니, 나의 테스트 드라이브를 도왔던 친구에게 매장 전기를 이용해서 충전 좀 하겠다고 한다. 그 친구의 대답은 "기꺼이 언제든지".
이 지역 테슬라 소유자들은 이 번잡한 산타나로우에서 주차도 쉽게 하고 게다가 공짜 전기까지 얻어가는구나. 허참.

Saturday, March 8, 2014

테슬라 구입기 4 - 미국의 전기차들

그래도, 이번 만큼은 나를 위해 이 돈을 써보고 싶다라는 이기적이고 유치한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다. 가족 부양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책임과 긴장 속에서 이번의 기회 역시 아무런 이기적이거나 유치한 일탈의 여지를 주지 못하는 결말로 가게 할 수는 없다.
한번 더 찾아보자.
어린 시절 꿈꿔왔던 21세기가 나를 위해 마련한 기술 발전의 축복들이란 게 뭔가가 있을 것이다.

다시 차로 돌아가서...
연료 효율성이 최우선이라면 역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이겠지만,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최근에 나온 FIAT500e 까지, 좁고 무겁고 무엇보다 생겨먹은 모양들이라고 하는 것이 도무지 나의 "이기적이고 유치한" 갈증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피아트, 이탈리아가 자랑하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이런 수준 미달의 당황스러운 몰골로 마치 미래인 양 사기를 치고 있냐고.


작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들 중에서는 닛산 리프라는 차가 제일 많이 팔렸다. 한국에서 최근 5천만원에 출시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여기서는 36,000 불 정도인데, 이런 작은 규모의 해치백 차량에서 그런 정도의 값어치를 도저히 찾아보기 힘들다.

역시 이해 못할 생김세를 하고 있다.
나의 유치하고 이기적인 이 욕심의 충족은,  연애할 때 처럼 "너를 가지고 싶어 미치겠어"라는 고통스런 욕망을 동반해야 할 터인데, 감성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공간 활용과 공기 역학이라는 이성적인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역시 이해 못할 생김세이다.
더구나 이 차는 한번 충전으로 84마일을 간다고 주장하지만,  50마일 출퇴근 거리를 문제없이 매일 매일 소화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없을 뿐더러, 가끔 와이프랑 즐기는 샌프란시스코 나들이조차 불가능한 차이다.
이런 걸 왜 내가 돈주고 사야하냐고.

이런 놈도 있다.

14년전 처음 유럽 여행가서 발견하고 신기해했었던 그 차가 그 때 그 디자인을 14년 동안 하나도 안바꾸고 전기차로 바뀌어서 출시가 되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귀여워도 도무지 실용적인 거리가 나오지를 않는다.

아름다움을 가지고 싶다는 갈증을 충족시키면서, 기술의 진보가 가져다 줬어야 할 경탄스런 성능과 기능들을 함께 소유할 수 있는 그 무엇.

역시 테슬라 밖에 없다.



하지만, 이놈은 턱도 없이 비싸다.

테슬라 구입기 3 - 백일몽의 시작

본격적인 백일몽은 우리회사 주가가 62불을 돌파하여 거의 내가 받았던 가격의 2배가 되면서 시작된거다. 입사하던 해에 받았던 주식을 현금화해서 2만불을 챙겼다. 여기에 연말정산 환급금 4600불, 합쳐서 2천5백만원. 무얼 해볼까.
미국에서의 25,000 불의 다양한 의미들을 여기서 참고해보았다.
이 그림들의 조그만 오렌지 사각형의 크기는 1,000 불이다.
몇가지를 올려보면,


하와이 1주일 여행에 한 7천불에는 좀 많고, 지금 당장 여행을 딱히 하고 싶지는 않다.
내년 여름에 대학 들어가는 우리 딸 1년치 학비에 딱 맞네. 호그와트는 못보내겠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암치료를 못하는 군


2천5백만원은 사실 미국 하위 40%의 1년치 소득보다도 많은 돈이다.
하지만 미국의 최상위 0.002%의 1년 소득 약 백분의 일 정도에 불과한 돈이니, 미국 빈부 격차가 얼마나 황당한 규모인지 알 수 있네.


이 돈으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1년치 집세다.

그리고, 결국 아래 이 그림을 보면서 차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라...
미국에 오면서 엉겹결에 샀던 중고 2007년 닛산 알티마와 가족 여행용 역시 중고 2009년 기아 세도나 (카니발 휘발유 버전), 이렇게 2대가 우리집 차고에 있다. 한국에서 와이프랑 나랑 운전하던 차가 SM5였기 때문에, 와이프의 미국 생활에서의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SM5랑 가장 똑같은 차를 고른 것이 닛산 알티마였다. 더불어, 탁월한 기후와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와 그 주변 주들을 캠핑과 여행을 통해 즐기려면 미니밴이 꼭 필요했다.
미니밴들 중에서 제일 싸고, 일본차들 보다는 평가가 떨어지지만 미국 차들보다는 훨씬 신뢰가 가는 한국차 기아 카니발, 여기서는 세도나를 선택했다.
그렇게 4년을 아무런 불평 불만없이, 별 사고없이, 중고차라 별 부담도 없이, 여기 저기 긁고 다니면서 잘 몰고 다녔었다. 멀리 New Mexico까지, Grand Canyon을 무려 2번이나 갔다오고, Oregon 눈밭에서도 충분히 구석 구석 절경을 즐기게 해줬던 차들이었다.
하지만, 출퇴근 거리가 왕복 50마일(약 80Km)에 이르다보니, 금요일 재택 근무를 하더라도 월 250불 정도의 기름값이 제법 부담인 셈이고, 무겁고 비효율적인 미니밴을 가지고 어디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기름값 예산이 웬만한 모텔 숙박비 예산에 맞먹는 다는 점이 불만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리터 당 약 1불 정도하는 기름값이니 한국보다 많이 싸기는 하지만, 활동 반경이 크고, 대중 교통이 불편하고 비싸고, 동네 슈퍼에 맥주정도도 차를 몰고 가서 사와야 하는지라 엄청난 연료 소비로 연료 지출 부담이 타국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이 약 인당 164kg을 사용한다면, 미국은 1108 kg의 수송용 휘발유를 사용한다고 한다.
환상의 연비를 자랑하는 BMW 3 시리즈 디젤차를 드디어 미국에서 시판하기 시작했다라는 소식에 귀가 솔깃한 상황에서, TV 광고까지 보고는 한번 얼마나 하는지 들여다보자라는 생각에 BMW 홈페이지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것 저것 옵션을 선택하니 5만불이 훌쩍 넘어버린다. 고속도로 45MPG (= 약 20km/L)의 연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4기통에 불과한 차를 5만불이나 주고 사기에는 썩 내키지 않는다.
4기통이 전달하는 기분 나쁜 진동, 소음, 피로감과 제한된 가속력 등의 약점들은 아무리 차를 잘 만든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기계적 한계이다.  4기통이 싫다면, 더 많은 실린더 수와 중가된 폭발력으로 4기통의 한계들을 개선한 차들로 선택 집단을 옮겨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엔진이 무거워질 뿐 아니라,  소음과 진동 억제 장치가 고스란히 차에 추가적인 하중 부담과 효율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소위 럭셔리 차들이라는 것들에서는 나의 제일 우선 목표인 연료 효율성은 달성될 수 없는거다.
왜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서, 거기다가 더 비싼 기름값을 지출해야 하냐고?
살만한 차가 없다?

테슬라 구입기 2 - 작은 횡재 2

500만원으로 무엇을 있을까.  
해외 여행 경비로 대충 적절한 금액이다. 이번 겨울 우리 가족 한국 방문 할때 여비로 써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하나의 행운이 연이을 줄이야.
직장인에게 있을 있는 흔한 행운의 기회란 역시 주식이다.
한국에서 대우전자로 수천만원 손해를 봤던 끔찍했던 기억 이후로는 직접 투자는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다. 대우전자가 하루 아침에 폭삭 망할 누가 알았으랴.
미국 투자 환경에 일자무식 문외한인 내가 미국에서는 주식으로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어쩔 없이 주식 투자에 엮이게 되었다
여기서 미국 회사의 보너스 체계와 나의 한국 회사의 경험을 잠깐 비교해본 다음 나의 두번째 행운에 대해 계속 얘기할까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PI, PS 그리고 Stock Option 당근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같다. 물론 내가 다녔던 회사들 처럼 PS/PI 없고, 하품나오는 복리후생에, 시장가보다 황당하게 높은 행사가의 옵션으로 생색내는 기업들도 많지만.
PI 제한된 % 사업부, 팀별 성과 평가에 따라 좀더 얹어주는 보너스의 개념이고,
PS 당해년도 이익의 일부를 직원들이 분배하는 개념이라, PS 연봉에 맞먹는 대박이 났던 친구들도 있었다.
어쨋든 PS/PI 단기적 성과 유도책이라면,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과 직원들의 이해관계를 엮기 위한 명목으로 Stock Option 준다.

여기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 경우는, 현금포상, 주식포상, 자사주 할인 3가지를 축으로 하는 Bonus체계가 일반적인 것 같다.

첫번째 현금 포상(Bonus) 통상 연봉의 최대 % 지를 입사 시점에 결정하고, 인사 고과 결과에 따라 1 단위로 주는데, 통상 10% 정도가 일반적인 듯하다. 어떤 해에 이익이 주체할 없이 많으면 입사시 결정된 %보다 주기도 한다. 한국의 PI 가까우며, 연봉에 맞먹는 PS 같은 현금보너스는 기대하기 힘들다.

두번째 주식 포상(RSU) 역시 입사 시에 결정되고, 결정된 금액을 주식으로 4년에 걸쳐서 나누어 준다. 입사 한달 정도 지나 포상 개시 시점의 주가에 따라, 지급 주식 수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입사 10,000 불로 결정되었고, 포상 개시날 시장가가 20불이었다면, 4년동안 500 주를 분기별로 나누어서 받는다.
그러니, 포상 개시날의 운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하필 그날이 연중 최고가였다면 자신의 입사 일자를 원망해야 것이다.
주식포상은 회사마다, 직종에 따라, 입사 협상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야후나 아카마이의 통상적인 제시 금액은 연봉의 30% ~ 40% 정도. 아프게도 200% 주는 회사도 있다고 하더라.
Facebook, Linkedin
등과 같이 대박을 치는 회사의 경우, 회사 초창기 비상장 시점에 받았던 주식 포상이 몇백만불 수준에 다달아,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주식 부자들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주식 포상은 입사 받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평가 결과에 따라 1 단위로 이어지는 3 ~ 4년거리를 준다, 4 지나고 받았으니 나가야지 하는 우수 인력들을 잡아두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회사 초창기 비상장 시기에 10만불 정도 받아 장기 보유한 경우, 상장해서, 또는 회사에 팔려서 10 ~ 100 주가가 뛰면 바로 백만장자되는거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이미 상장사라 나에게 그런 로또 수준의 행운은 없을 듯하다.

세번째는 자사주 할인 혜택인데, 6개월 단위로 어떤 특정 시점을 찍어, 시점 낮은 시장가보다 15% 싸게 자사주를 있도록 해준다. 그럼, 최악의 경우라도 무조건 15% 이익을 보게 되는데, 국세청(IRS)에서 연봉의 15% 또는 25,000 투자액 제한을 걸어서 떼돈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인사평가와 상관없이 직원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세가지를 그냥 전부 현금 포상으로 환원하면 매년 연봉의 20% 정도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데, 주식을 활용한 장치를 비중있게 걸어둬서, 중장기 회사 운명을 결부시켜 놓았다. 회사 비전을 믿고 열심히 공헌해서 주가를 올려 높은 수익에 도전하던가, 아니면 주식 주는 대로 바로바로 팔아서 20% 만족하던가, 그건 순전히 판단이다.

사실 한국의 스톡옵션은 기회가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소수 우수(?) 인력들에게만 집중되고, 수량이 너무 작고, 행사가가 시장가보다 비싼 황당한 경우도 많다는 측면에서 포상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있다라고 나는 본다. 물론 회사마다 틀리겠지만.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엔지니어라도 영업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단기 성과에 따른 현금 보상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자기 판단이긴 하지만, 주가로 대표되는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있다라고 있겠다. 엔지니어들이란 결국 회사의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올리는 사람들 아닌가.

이 회사에 입사한지 2년이 되었다. 나도 이런 보너스 제도를 통해 입사 시에 어느 정도 주식 보너스를 받기로 정해있었었고, 지난 2년동안 약속한 보너스의 반이 이미 내 주식계좌에 들어와있다. 들어오는 주식을 바로 바로 팔기보다 1년동안 묵혔다가 팔면 투자 손실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세금 측면에서 조금 유리하다.

한국과 달리 주식 매매에 따른 이익금은 일반 소득과 동일하게 분류되어, 높은 세율의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1년 동안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장기 투자를 인정 받아, 매매 차익금에 대해 낮은 세율의 장기 투자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럼 이제 2014년이니, 2012년 수령치에 해당하는 주식들은 장기 투자 인정을 받아 세금을 아낄 수 있으니 이제 매매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 팔아 현금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의 대상들이 된거다. 
슬슬 팔아볼까하는 마당에 우리 회사 작년 4분기 실적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 그 실적이 일반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제법 웃도는 수치라 적지않은 주가 상승을 초래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말이다. 
아 이게 무려 2만불어치다.


연말정산으로 받은 4600불과 이렇게 팔아치워 들어온 돈 2만불, 자 이제 2천5백만원이 생겼다.

테슬라 구입기 1 - 작은 횡재 1

이 모든 사단은 turbotax라는 세금 계산 도우미 사이트에서온 판촉 이메일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늘 신경쓰이고 긴장이 되었었다. 동사무소에 가서 발급받아야 할 서류들을 줄서서 발급받고, 카드 사, 보험 사, 연금 저축 등등 서류 챙겨야 하고, 아래아 한글 서식에 숫자 하나 틀리지 않을까 조심 조심 계산기 두들겨가며 타이핑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적잖이 쌓인다.
하지만, 한국 연말정산의 좋은 점은 그래도 인사팀이 서류를 취합하여 대신 보고를 해준다는거다. 공짜로.
그것도 4년전 이야기이니, 요즘은 연말정산 간편화 서비스 등으로 많이 편해졌다고들 하더라.
미국에서도 연말 정산을 해야 한다. 역시 모든 돈 계산은 긴장되는 스트레스의 과정이다.
미국에서는 더구나 이 모든 번거러움에 더해서, 자기가 직접 국세청과 주 세무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거다. 회사에는 단지 올해 얼마만큼 벌었고, 세금을 그동안 얼마만큼 기납부했다는 양식 하나만 보내줄 뿐이다.
대부분 세무사를 쓰거나, 세금 계산 도우미 사이트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아니, 대부분의 월급장이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실제로 세금 계산 도우미 사이트를 사용한다.
나 역시 3년째 turbotax라는 사이트를 활용 중이다.
워드나 엑셀에 계산기 두들겨 가며 일일이 숫자들을 째려보면서 입력하는 대신,  시킨대로 숫자를 넣다보면 자동으로 정산을 끝내줄 뿐만아니라, 세금전산보고까지 마무리 해서, 세액환급금을 바로 2 ~ 3일 내에 자기 통장으로 받아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연방세금 정산에 소요되는 비용이 약 50불 정도인데,  이걸 오늘까지 정산을 마무리하면 25불에 할인해준다는 특별 판촉 메일이다. 물론 주 세금보고는 또 따로 돈을 받는다.
이게 웬 떡이냐.
재작년에 집을 샀었고, 그래서작년에 처음 1년치 주택 구입 대출 이자금과 재산세를 완납하였기 때문에 적잖은 세금 감면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기대 한가득히 2013년치 소득, 기 납부 세금, 세금 공제, 세액 공제 항목 등등을 입력해 나갔다.

미국의 부동산 보유세 제도에 미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잠깐 언급하고 넘어갈까 한다.
한국은 거래세가 제법 부담스러운 편이긴 하지만 보유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종합부동산세가 세금 폭탄이니 논란이 있기는 했었는데, 미국의 보유세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주 마다 틀리고, 각 동네 마다 틀리지만, 대략 주택 실 구입가의 1% 정도를 매년 보유세 명목으로 뜯어간다.
한국에서 5억짜리 아파트 가지고 있어봐야 일년에 한  60만원 정도 내겠지만, 여기서는 500만원씩을 매년 갖다 바쳐야 하니,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재산세를 통해서 지역 차별과 더 나아가 인종 차별로 확대해서 해석해볼 수 있는, 미국 자본주의 문제점의 한자락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걷어진 보유세의 거의 60%가 소속 학군의 학교 재정으로 충당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지역의 치안, 공원, 도서관 등에 활용이된다. 그러니 부자 동네 고등학교에서는 풍부한 학교 재정을 바탕으로, 대학 수준의 강의가 가능한, 수준 높은 교사들의 유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과 성과를 보장하게 된다.
미국은 한국 못지않게 교육 수준의 차이와 미래 소득의 상관 관계가 확실한 경쟁 사회이므로, 학군의 수준과 집값의 관계는 상호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동네,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형성된 낮은 집값들은, 결국 더 낮은 보유세로 말미암은 불안한 치안, 한국보다 훨씬 심하게 훼손된 질낮은 공교육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계층의 고착과 인종 간에는 넘을 수 없는 편견의 벽이 그렇게 오래토록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재산세란, 마치 사립학교 학비를 내듯, 어차피 지역 학군의 교육 재정으로 충당되는 돈으로, 자기 자식들의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해주는 차별화된 교육비인 셈이다. 게다가 그 재산세는 연말 정산시 세금 공제가 된다. 연방세나 주세라고 하는 것이 결국 부의 재분배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정책에 따라, 게으르고 무책임한 기생 계층에 돌아갈 뿐이라고 밖에 생각못하는 전형적인 미국 부자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자기 자식들의 교육비를 위해 지출했다고 믿는 돈이 또다시 세금공제까지 받게되니, 그 부담스러움이 전혀 버겁지 않은 훌륭한 부자들 만을 위한 정책이 되는 셈이다.
한국보다도 극심한 빈부격차, 계층 갈등, 인종 갈등 등의 긴장의 틈바구니에서 아시안들은 비교적 높은 소득 계층에 분포하면서 우수 학군들을 차지하고 있다. 나도 역시 그런 규정지음에따라 미국 평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법 비싼 동네에 비싼 집에 비싼 재산세를 내면서 살고 있는 실리콘 밸리의 흔한 아시안 엔지니어로 분류되어 살아가고 있다.

2013년 은행에 꼬박 꼬박 갖다바친 모기지 이자와 지역 정부에 한웅큼 퍼다준 재산세를 입력하니,  2012년치에는 구경할 수 없었던 숫자를 turbotax가 보여준다. 이거 뭐 잘못된거 아닌가 다시 확인해보게 한다. 흐... 무려 4600불을 돌려받다니. 이런 횡재가 있나.



갑자기 생긴 500만원, 이걸로 뭘할까? 라는 즐거운 백일몽이 결국은 엄청난 사고로 연결이되고 말았다.